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달 공공기관인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기술보증기금과 공기업인 기업은행 근로자들이 소속 기관을 상대로 제기한 임금 소송에서 잇달아 노조 측 손을 들어줬다. 세 건의 소송 모두 ‘재직 조건’이 걸려 있는 정기 상여금 및 성과급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작년 12월 한화생명과 현대자동차 전·현직 근로자가 제기한 비슷한 내용의 소송에서 “재직 조건이 부가됐다는 이유로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이 부정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공기업·공공기관들은 예상치 못한 대규모 인건비 추가 지출이 불가피해졌다. 통상임금으로 인정되는 금액이 늘어나면 이를 기준으로 지급하는 연장·야간·연차 수당 등이 줄줄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문제는 공기업·공공기관은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인건비가 총액 인건비로 묶여 있다는 점이다. 총액 인건비는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들이 1년간 사용할 인건비를 사전에 정해 주는 제도다. 주인 없는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을 막기 위해 2007년 도입됐다. 기재부는 지난해 11월 올해 총액 인건비를 ‘전년 대비 3.0% 인상’으로 정했다. 공교롭게도 그 직후인 지난해 12월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이 나왔다.
공공기관 안팎에선 이번 판결로 인한 공공기관 인건비 상승률이 3%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어 기술보증기금은 재직 조건이 걸려 있는 성과연봉 연 600%와 내부성과연봉 기본급 250%가 새로 통상임금에 포함된다. 한 달 기본급의 약 70%(850%/12개월)가 통상임금에 추가되면서 연장·야간·휴일 근로수당 등 각종 수당이 1.7배 오르는 셈이다. 기술보증기금의 직원 평균 연봉은 9407만3000원에 달해 인건비 상승폭이 상당할 전망이다.
통상임금 요건 완화로 근로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임금 수준이 높을수록 커진다. 국내 공공기관의 평균 연봉은 7012만3000원에 달한다.
총액 인건비에 묶여 있는 공공기관들은 마땅한 대응책이 없는 상황이다. 과거에는 임금소송 등에서 패소해 추가 인건비가 발생하면 기관별로 보유 중인 예비비를 이용해 지급했지만 기재부는 2022년 지침 개정을 통해 이마저도 막아놨다. 일부 공공기관 노사가 짜고 소송을 통해 예비비에서 인건비를 빼가는 꼼수 사례가 나왔기 때문이다.
노조 측은 이번 기회에 총액 인건비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공공기관 노조 관계자는 “그동안 총액 인건비를 맞추느라 신입 채용을 중단하고 연장근로 승인을 거부하는 등 각종 꼼수가 난무했다”며 “올해 인건비를 인상하지 않으면 체불 사태는 물론 소송전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공기관들이 고용노동부 통상임금 지도지침을 바탕으로 임금체계를 손질할 것”이라며 “총액 인건비 조정을 언급할 단계는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곽용희/김익환/박시온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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