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업계를 지원하기 위한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1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를 통과함에 따라 관련 기업은 세금 부담을 상당 부분 덜게 됐다. 장비 등 연구개발(R&D) 시설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이 대폭 확대되면서 투자에 걸림돌이 되던 족쇄를 일정 부분 제거했다는 평가다. 다만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주 52시간제 예외 조항) 등을 담은 반도체특별법이 여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등 여전히 주요국 지원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이 법이 이달 본회의에서 처리되면 반도체 기업의 세제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우선 반도체 기업에 대한 통합투자세액 공제율이 5%포인트 높아져 돌려받는 금액이 커진다. 자금 동원력이 부족한 중견·중소 반도체 기업에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반도체 R&D 세액공제 적용 기한도 2031년까지 7년 연장돼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공제 대상에는 기업부설연구소, 연구개발전담부서에서 발생한 인건비, 재료비, 시설 임차료 및 위탁 연구인력 개발비 등이 포함된다.
통합투자세액공제 대상에 R&D를 위한 시설 투자가 포함된 것도 산업 경쟁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경기 용인 기흥캠퍼스에 짓는 차세대 R&D단지 NRD-K의 투자금은 20조원에 달한다. 기존엔 세액공제율이 1%에 불과해 세액공제 금액이 2000억원에 머물렀지만 새 법안이 적용되면 공제율이 20%로 확대돼 4조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K칩스법을 대표발의한 여당 소속 박수영 기재위 간사는 “R&D와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 공제를 최소 경쟁국 수준으로 올리는 것이 반도체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필수적인 부분이었다”며 “불확실성으로 투자를 미뤄왔던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애초 반도체업계에 한해 주 52시간제 예외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으나 당내 반발이 커지자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국가경쟁력 확보가 긴요한 반도체산업에서 연구개발 분야에 한해 총노동시간을 늘리지 않고 연봉 약 1억5000만원 이상의 고액 연봉자가 개별 동의하는 경우 노동 시간 변동으로 인한 수당을 전부 지급하는 조건으로 한시적으로 건강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주 52시간 예외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여야는 조만간 열릴 여야정 협의체(4자 회담)에서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조항을 두고 격론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반도체특별법 통과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는 이날 4자 회담에서 다룰 의제를 조율하기 위한 실무 협의도 진행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앞서 여야는 K칩스법도 지난해 말 통과시키기로 합의했으나, 예산안 처리를 계기로 정쟁이 격화하면서 처리가 미뤄져 왔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선진국은 이미 직접 보조금을 포함해 전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며 “법안 처리가 늦어질수록 글로벌 반도체 패권 전쟁에서 한국이 뒤처지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