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작년 나란히 ‘영업이익 1조원’을 기록하는 축포를 쐈다.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의 거래 수수료가 급증한 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가 한풀 꺾여 충당금 부담이 완화됐기 때문이다. 줄줄이 적자를 기록한 중소형 증권사와의 양극화가 심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성환 사장(사진)이 이끄는 한국투자증권은 작년 매출이 전년 대비 0.4% 늘어난 21조6342억원을 기록했다고 13일 공시했다. 작년 영업이익은 1조2837억원, 순이익은 1조1123억원이었다. 1년 만에 각각 93.3%, 86.5% 급증한 수치다. 수익성 측면에서 국내 증권사 중 최고의 성적표다. 고액 자산가 자산관리(WM) 부문에서 뚜렷한 성과를 낸 데 이어 개인 고객의 금융상품 잔액이 늘어났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한국투자의 개인 금융상품 잔액은 2023년 53조4000억원에서 작년 67조8000억원으로 26% 넘게 늘었다. 매달 1조2000억원가량의 신규 자금이 들어온 셈이다. 채권과 발행어음 판매에 따른 운용 수익은 1년 만에 두 배 넘게 증가했다. 한국투자 관계자는 “작년 해외 주식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수료가 늘었고, 자산관리 투자은행 등 전 부문에서 고른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개인들의 지난해 주식 매수액은 2567억달러(약 372조원)에 달했다. 2023년(1352억달러) 대비 두 배 수준이다. 해외 주식 거래 비용은 국내 주식 대비 3~4배 높다. 증권사 입장에선 ‘알짜’다. 키움증권은 작년 4분기 해외 주식 수수료가 794억원으로, 국내 수수료(656억원)를 넘어섰다. PF 충당금 등 일회성 비용이 줄어든 것도 호실적을 이끈 배경 중 하나다. 증권섹터 담당 애널리스트는 “대형 증권사들은 2023년 PF 충당금을 넉넉하게 적립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주력한 만큼 작년엔 일회성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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