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행정부의 ‘25% 관세’로 미국 철강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단기 스폿 가격이 10% 이상 급등해 관세와 물류비를 감안해도 한국산 수입 철강 가격이 미국 유통가보다 낮아졌기 때문이다. 관세 폭탄으로 큰 피해를 걱정하던 국내 철강업계 분위기도 “이 정도면 해볼 만하다”는 식으로 바뀌고 있다.

원자재 분석기관 CRU에 따르면 모든 철강제품의 기초가 되는 열연강판의 미국 유통 가격은 12일(현지시간) t당 829달러(약 120만2050원)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인 지난달 22일(750달러)보다 10.5% 상승했다. 철강 관세를 발표한 이달 10일(802달러)과 비교하면 단숨에 3.3% 올랐다. 작년 5월 29일(836달러) 후 9개월 만의 최고치다.
한국 기업들은 열연강판 가격이 현 시세를 유지하기만 해도 현지 업체들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관세와 물류비를 포함한 한국 열연 강판 가격이 5~10% 정도만 저렴해도 미국에서 충분히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에서 유통되는 열연강판 가격은 t당 82만원(약 566달러) 수준. 물류비(t당 50달러)와 관세(25%)를 더하면 770달러(약 111만6500원)가 된다. 이날 기준 미국 열연강판 유통 가격보다 7.7%(8만5550원) 정도 낮다.
업체별로는 현대제철이 가장 큰 수혜를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입물량 제한(쿼터제)이 풀리는 만큼 현대차·기아의 미국 공장에 납품하는 물량을 대폭 늘릴 수 있어서다. 지난해 현대제철이 미국 시장에 수출한 열연강판과 냉연, 후판 등은 모두 35만t 안팎으로 전체 생산량(1121만t)의 3.1%에 불과했다.
포스코 역시 기술력이 높은 전기강판과 후판, 자동차용 강판 등을 수출물량 제한 없이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기회다. 한국과 중국, 일본의 열연제품을 가공해 컬러강판 등을 수출하는 동국씨엠 등은 국내 열연 제품 가격 변동에 수익성이 좌우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가 경쟁력이 수익성과 직결되는 시장으로 업계가 변할 것”이라며 “정부도 전기료 부담을 줄여주는 등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섭/김형규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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