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3.0%를 기록하며 7개월 만에 3%대로 올라섰다. 물가 안정 목표치(2%)를 훌쩍 뛰어넘는 데다 시장 전망치(2.9%)보다도 높다. 시장에서는 올해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하가 당초 예상한 두 차례(0.25%포인트씩 총 0.5%포인트)가 아니라 한 차례(0.25%포인트)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는 전월보다 0.5% 상승해 시장 예상치(0.3%)보다 높았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도 전년 동월 대비 3.3%, 전월보다 0.4% 올랐다. 이 역시 시장에서 전망한 3.1%와 0.3%를 웃도는 수치다.1월 물가를 끌어올린 최대 요인은 주택 유지비다. 미국의 1월 주택 가격은 전월 대비 0.4% 뛰어 전체 물가 상승 폭의 약 30%를 차지했다. 특히 자가 주거비가 대폭 올랐다. 자가 주거비는 주택 소유자가 집을 빌려준다고 가정할 때 받을 수 있는 예상 임대료다. 이 수치는 전월 대비 0.3% 상승하고, 연간 기준으로는 4.6% 뛰었다. 에릭 놀랜드 시카고상품거래소(CME)그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CNBC에 “높은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로 집을 구매하지 못하는 미국인이 임대 시장에 몰리며 주택 비용 상승이 인플레이션의 주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식료품 가격도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꼽힌다. 식료품 가격은 전월 대비 0.4% 상승했다. 가장 큰 원인은 달걀값 폭등이다. 미국에서 조류독감 확산에 따라 닭 수백만 마리를 살처분하면서다. 달걀 가격은 전월 대비 15.2%, 전년 같은 달보다 53% 폭등했다. 미국 노동통계국은 이 같은 달걀 가격 상승폭이 2015년 6월 이후 최대라고 밝혔다. 가정용 식료품 가격 상승의 약 3분의 2를 차지한다.
미국 역사상 최대 피해를 남길 것으로 전망되는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산불도 인플레이션을 자극했다. 피해 지역에서 임시 거처를 찾는 주민들로 호텔 숙박 수요가 급증하면서다. 일부 기업이 올해 순차적으로 이뤄질 추가 관세 부과를 감안해 제품 가격을 올린 것도 원인으로 분석된다. 도매 물가를 나타내는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지난달 3.5%(전년 동월 대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추정치인 3.2%를 웃돌았다.
채권 시장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반영되고 있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소비자물가 지표 발표 후 10bp(1bp=0.01%포인트) 급등하며 연 4.63%까지 뛰었다. 한 달여 만에 최고 수준이다. 통화 정책에 민감한 미국 국채 2년 만기 금리도 연 4.36%로 7.50bp 뛰었다. 오스턴 굴즈비 시카고 연방은행 총재는 1월 소비자물가 지표에 대해 “정신을 번쩍 들게 한다”며 “이 같은 수준의 결과가 몇 달간 이어진다면 Fed 임무가 아직 완수되지 않았다는 점에 의문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한 노동시장은 Fed가 긴축 정책을 오래 유지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있다. 미 노동부는 지난주(2월 2~8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가 21만3000건으로 전주 대비 7000건 감소했다고 13일 밝혔다. 시장 추정치 21만5000건을 밑도는 수치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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