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등 유도 무기를 제조하는 LIG넥스원 관계자는 지난 14일 연 비공개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이렇게 말했다. 방위산업 기업은 대규모로 수주한 무기를 순차적으로 생산해 매출을 쌓아 가는데, 수주잔액이 이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모든 사업 부문의 실적이 좋아지고 있다”는 것은 비단 LIG넥스원만의 얘기가 아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한국항공우주산업(KAI)도, 현대로템도 마찬가지다. 군비 확장에 나선 주요국의 수요를 제때 맞출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K방산 전성시대’는 한동안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대표적이다. 세계 자주포 시장의 절반 이상을 움켜쥔 한화의 자주포 K-9은 현재 11개국(한국 포함)에서 쓰이고 있다. 2023년에는 독일 방산기업 라인메탈을 누르고 호주가 발주한 장갑차(레드백) 물량을 따냈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만 해도 호주 공무원들이 ‘한화(hanwha)’를 ‘화웨이(huawei)’로 부를 정도로 인지도가 낮았지만 한화의 가격과 품질 경쟁력을 체험해보곤 생각이 달라졌다”며 “이때를 기점으로 유럽 기업들이 K방산을 견제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뿐 아니라 KAI, LIG넥스원, 한화시스템,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 현대로템도 ‘가성비’를 앞세워 해외 경쟁사들을 압도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작년 방산 부문 매출은 총 19조6803억원에 달했다.
내수가 전부였던 K방산은 이제 수출 역군으로 변신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수주잔액 32조4000억원 가운데 68%가 해외에서 따낸 물량이다. 현대로템(해외 수주 비중 65.5%)과 KAI(56.3%)도 마찬가지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수출이 내수보다 수익성이 좋은 만큼 수출 비중이 높아질수록 실적은 개선된다”며 “고객사가 늘어나면 기존 판매 물량의 유지·보수·정비(MRO) 사업도 추가로 따낼 수 있다”고 말했다.
더 큰 시장은 미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조선업을 콕 집어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한 만큼 함정 MRO는 물론 함정 신조 시장까지 열릴 것으로 예상돼서다. 미국 상원은 이에 발맞춰 최근 외국 기업이 미국 군함을 건조·수리할 길을 터주는 법안을 발의했다. 미 해군은 2054년까지 1조750억달러(약 1500조원)를 투입해 군함 등을 새로 장만할 계획이다.
다른 K방산 기업도 미국 시장을 노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LIG넥스원은 이르면 연내 미군과 유도로켓 비궁 수출 계약을 맺을 것으로 알려졌다. KAI는 훈련기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다목적 무인차량(아리온스멧)을 미국 시장에 들여놓는다는 구상이다.
김형규/김진원/김우섭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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