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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벨트, 파라코즘, 그리고 무례함 [마스턴 김 박사의 說]

입력 2025-02-19 10:41   수정 2025-02-27 15:15

이 기사는 02월 19일 10:4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명제 1. 기업은 차별적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또는 현재 영위하고 있는 사업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집단적 창의성이 필요하다. 이러한 집단 창의성은 신제품을 만들어내는 연구개발 부서에 한정되지 않고 모든 구성원이 기업의 각 부서에서 발휘되어야 한다.

명제 2. 세대 간 문화적 차이의 증대, 개인화의 심화로 조직 내 구성원의 갈등이 생산성을 저하시키며 때로는 조직이 지향하는 목표를 달성하는데 가장 중요한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조직 구성원 사이의 갈등을 반드시 완화해야 한다.

명제 1과 명제 2가 조직관리의 핵심 과제라는 사실에는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글로벌 경쟁 심화와 기술 발전에 의한 변화의 속도 증가로 1990년대부터 위의 2가지 명제가 조직 관리의 주요한 연구과제가 되었으며 2010년 이후에는 변화의 예측 불가능성으로 더욱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구성원의 갈등을 완화하고 기업이나 조직의 창의성을 증대하기 위한 문제점 진단과 대안의 하나로 몇 가지 알려진 개념을 살펴보자.

“파라코즘(Paracosm)” 은 로버트 실비(Robert Silvey)가 1976년 제안한 개념으로 영국의 정신과 의사 스티븐 맥키스(Stephen A. MacKeith)와 심리학자 데이비드 코헨(David Cohen)에 의해 확산되었다. 파라코즘은 어린 시절에 창조하는 상세하고 복잡한 상상의 세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심리학, 특히 아동의 발달 심리학 연구에서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아이들이 자신만의 상상력으로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는 가장 흔한 사례는 상상 속 친구이지만, 때로는 이러한 세계가 고유의 지리, 역사, 언어 등을 포함하며 창조자는 자신의 창의력으로 몇 년에 걸쳐 세계를 확장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파라코즘이 어린 시절의 높은 지능과 창의성의 지표일 뿐만 아니라 성인이 된 이후의 창의력과도 연관된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나니아 연대기의 저자 C.S. 루이스와 철학자 롤랑 바르트는 어린 시절 그들만의 파코리즘을 지속 확장하였으며, 이후 성인이 되어서 후속 작품과 창의적 상상력 활용에도 영향을 주었다. 파코리즘을 구축하는 과정은 문제 해결 능력, 논리적 사고, 창의적 아이디어의 활용을 촉진하기에 성인이 되어 혁신을 이루는 과정에 기여할 수 있다. 창의성의 근간이 획일화를 벗어나서 다른 관점, 다른 접근법을 제시하고 이를 집단이 현실에 적용하는 것이라면 개개인의 파라코즘은 집단 창의성에 매우 유용한 재료이다.

"움벨트(Umwelt)"는 독일어로 환경 또는 주변 세계라는 뜻으로 독일의 생물학자이며 철학자인 야콥 폰 윅스퀼(Jakob von Uexkull)이 제안한 개념이다. 생명체가 자신의 감각과 인지 체계에 따라 경험하는 주관적 세계를 의미한다. 동일한 물리적 환경에 있는 생명체도 감각 기관과 인지체계에 따라 다르게 세상을 경험하고 그 결과 각자가 이해하는 세계는 다를 수밖에 없으며 그 고유한 세계를 움벨트로 정의하는 것이다.

예컨대 자외선으로 세상을 인식하는 벌, 후각을 중심으로 파악하는 개, 시각을 중심으로 하지만 청각, 후각을 모두 사용하는 인간이 인식하는 숲은 결코 같을 수가 없다. 인간은 빨간 꽃 노란 꽃 등 색을 인식하지만, 벌은 색이 아닌 꽃의 형태와 무늬에 집중하고 인식한다. 애초에 다르게 정의된 환경에서 개체가 생존하기 위해서 작용하는 방식 또한 다르게 된다.

윅스퀼 이후 움벨트는 인지과학과 철학 분야에서 인간과 다른 생명체 간의 차이를 연구하는 개념으로 활용되었으며, 최근에는 인공지능과 로봇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로봇이 공장에서 자동차를 조립할 때 주변의 어떤 정보를 인식하고 어떤 작업을 수행해야 하는지를 개별적 명령어를 입력하는 것이 아니라 움벨트를 통한 하나의 세계를 형성하는 개념으로 접근하면, 로봇이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유연한 과제 처리가 가능해진다.

개, 벌, 사람의 움벨트가 다르다면, 기업이나 조직을 구성하는 모든 개인은 각자만의 고유한 움벨트를 가지고 있다. 사람은 끊임없이 정보를 수용하고 그에 반응하기 때문에 개인의 감각 기관이 동일하여도 정보를 인식하는 인식 체계는 문자 그대로 매일 변한다. 이것이 누적되면 쌍둥이 형제/자매도 다른 움벨트를 형성하게 된다. 앞서 말한 것처럼 다르게 정의된 세계 내에서 개인이 환경에 반응하는 즉, 업무를 처리하고 타인과 협력하는 방식은 당연히 개인적 차이가 발생하게 될 것이다. 움벨트의 개인화를 인정하고 이를 상호 침해하지 않는 방식을 제안하는 것이 구성원의 세세하게 구분된 업무에 대한 위임전결 규정, 보고 라인 수립보다 어렵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다.

우리는 세계를 객관적으로 인식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우리 감각기관과 인식 체계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만 세상을 경험한다. 이러한 한계를 인정하고 존중하되 적절히 융합하기 위해서는 조심스러운 관리가 필요하다.

그런데, 개인의 파라코즘과 움벨트의 차이를 존중하고 상호 시너지를 내기 위한 묘안은 없으나 긍정적 가능성을 일거에 말살할 수 있는 강력하고 효과적이며 치명적인 무기가 하나 있다. 바로 조직 차원의 무례함이다. 무례함이 작동하는 조직은 상호 간의 차이를 인식하거나 그 가치를 인정하지 않게 된다. 상호 간 차이를 인식하고 때로는 충돌하고 그 과정에서 상호작용하면서 협력할 기회조차 말살하기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조직이 효율적이며 갈등이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무례함이 작동하는 조직에서는 애초에 갈등이 발생할 협력과 창의를 위한 노력을 아무도 하지 않게 만든다. 무례한 조직 문화에서는 어떠한 구성원들도 자신의 파라코즘을 기반으로 아이디어를 내놓을 이유가 없다. 결국 조직은 냉소적 태도가 우세한 문화로 귀결된다.

무례함은 갈등이 발생할 상호 교류조차 사라지게 만드는 위력적인 부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처벌과 제제가 어렵다. 조직 문화 개선의 과제로 무례함을 지적하기는 더욱 요원하다. 그래서 무례함이 확산은 사실상 막기가 어렵다. 무례함은 전염성도 매우 높다. 무례한 사람에게 대응하는 방식은 아예 관계를 단절하거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무례함으로 대응하는 방법밖에 없다. 무례함이 확산되면 조직의 핵심인재, 젊은 실무자의 이탈과 함께 조직 전체의 이직률이 증가한다. 그리고 그 속도에는 가속도가 붙는다. 그 결과 그 기업은 해당 비즈니스, 산업 내에서 선도하는 조직은 될 수 없다. 기업에게 무례함은 지독하게 치료하기 어려운 난치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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