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중국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기구인 ‘중국아태합작중심’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오는 10월 경북 경주에서 개최되는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상반기까지 한국과 완전한 문화 교류를 추진한다. 한국 드라마, 게임 등의 중국 수출을 허용하고 한국 가수의 중국 공연을 재개할 방침이다.
이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전격 문화 재개방을 발표하는 형태가 아니라 민간 차원에서 문화 교류를 점차 확대해 5월께 전면 재개방이 이뤄지는 프로세스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와 주요 정책을 밝히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이후 문화사절단을 한국에 파견하려고 계획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의 한한령 해제 조짐은 이달 초 감지됐다.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개막식에 초청받아 중국을 방문한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7일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났을 때부터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문화 교류는 양국 교류의 매력적인 부분으로,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지는 일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 의장이 “중국에서 한국 콘텐츠를 찾기 어렵다”며 “문화 개방을 통해 청년들이 서로 소통하고 우호 감정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 데 따른 답변이었다. 주중 한국대사관도 지난 정부에 이어 현 정부에서도 한한령 해제를 꾸준히 요구해왔다.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게임이나 드라마, 영화의 심의 통과율을 높이고 허가하는 공연이나 프로젝트를 늘리는 방식으로 문화 개방 폭이 점차 넓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현상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베이징사무소장은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가속화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중국이 주변국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한한령을 푸는 이면엔 중국 정부의 내수 콘텐츠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한령은 대표적인 중국의 비정상적 규제 중 하나다. 한국이 2016년 사드 배치를 확정하자 중국은 한국 영화와 가요 등을 전면 금지하는 보복 조치에 들어갔다. 갑작스러운 한한령으로 대중 문화와 여행산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한한령의 존재를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사전 심의와 수입 쿼터제 등을 활용해 문화 콘텐츠 교류 채널과 통로를 철저하게 막고 있다. 중국 문화 콘텐츠 시장은 2023년 기준 13조위안(약 2570조원)에 달한다. 한국은 이 시장에서 배제돼온 것이다.
한한령이 해제되면 국내 관련 산업이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한한령에 따른 국내 산업별 피해 규모 연구는 많지 않지만 2017년 KDB미래전략연구소가 피해액을 연간 22조원으로, 산업연구원은 15조원으로 추산했다. 특히 의류, 화장품, 식품 등 소비재산업의 생산 감소 효과가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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