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세계철강협회(WSA)에 따르면 세계 71개국의 지난해 조강 생산량은 18억8260만t이었다. 사상 최대치를 찍은 2021년 19억6251만t보다는 다소 줄었지만 지난해 철강 수요량 17억9310만t을 훌쩍 뛰어넘었다. 세계적으로 8050만t의 철강이 남아도는 셈이다. 한국의 1년 조강 생산량(6300만t)을 넘어서는 규모다. 이 중 대부분이 중국산으로 추정된다. 중국이 위축된 내수시장에서 팔리지 않는 철강을 싼 가격에 전 세계로 밀어내는 것이다.
세계 각국은 무역 구제 조치에 나섰다. 지난해 멕시코와 칠레, 브라질, 튀르키예, 인도네시아 등이 28건의 중국산 철강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2023년에는 3건에 불과했는데 크게 늘어났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철강 시장은 국가별로 서로 남는 물량을 밀어내며 혼탁해진 지 오래”라며 “그동안 소극적이던 한국도 통상 여건이 나빠지다 보니 대응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의 25% 관세는 시장 혼탁을 가중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미국 수출길이 막히면 각국 철강사들이 미국 외 시장으로 더 싼 값에 제품을 밀어낼 수밖에 없어서다. 관세 영향으로 미국 시장에서 철강 가격이 오르면 미국 철강사들도 공급량을 늘릴 가능성이 높다. 이미 미국에선 유통업자들의 철강 사재기로 가격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각국이 무역장벽을 강화하면 한국산 철강도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산 철강 50여 종이 세계 각국에서 반덤핑 관세를 물고 있다. 중국의 무역 보복도 우려된다. 중국은 한국이 2023년 평판 압연 스테인리스 제품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을 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지만, 시장 규모가 큰 후판에 대해선 다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김대훈/김형규 기자 daepun@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