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3%대로 반등한 반면 최근 나온 경제지표들이 연이어 예상치에 못 미치거나 둔화한 것으로 나타나면서다. 경기 침체 우려가 있는데도 물가가 지속해서 오르면 미국 정부 혹은 중앙은행(Fed)이 경기 부양에 나서는 데도 제약이 생긴다. 일각에선 1970년대 미국 국민들을 고통스럽게 했던 스태그플레이션을 다시 겪을 수 있다는 전망마저 하고 있다.
소비자신뢰지수는 미국의 소비자 심리를 측정하는 경기선행지표로 소비자들이 현재 경제 상황과 향후 6개월 동안의 경제 전망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조사해 산출한다. 소비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만큼 소비심리 악화는 미국 경제성장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른 소비자 관련 지표도 급락했다. 미시간대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들의 경제 신뢰도를 반영하는 소비자심리지수는 64.7로 1월 수치 71.7에서 7포인트나 떨어졌다.
미국 1월 소매 판매도 7239억 달러(계절조정 반영)로 전월 대비 0.9% 감소했다. 전월 대비 0.2% 감소를 예상한 다우존스 집계 전문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감소 폭이다. 감소 폭 또한 지난 2023년 3월(-1.1%) 이후 1년 10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미 뉴욕 월가에선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경고가 나오기 시작했다. 높은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경기가 둔화하면 미국 정부가 재정 지출을 늘리거나 Fed가 완화적 통화정책을 활용하기 힘들어져서다. 경기를 살릴 수도, 물가를 잡을 수도 없는 정책적 딜레마에 빠진다. FHN 파이낸셜의 전략가 윌 컴퍼놀은 “미국 중앙은행(Fed) 입장에서는 (물가와 성장) 양방향으로 상황이 잘못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면 최근 경제 지표에서 둔화 조짐이 포착되자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투자자들이 ’미국 예외주의‘ 투자 논리를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했으며, 이 의구심은 최근 몇 주간 고객들과의 대화에서도 자주 등장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본격화하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 관세가 최종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어서다.
이노베이터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팀 어바노비츠 수석 투자전략가는 “지금 인플레이션보다 더 우려되는 것은 스태그플레이션”이라며 “인플레이션 기반이 있는 데다 관세가 소비자에 전가되면 기업 수익에 부담을 주어 경제를 둔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