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북미 최대 주방·욕실 박람회 ‘KBIS 2025’의 LG전자 전시관. 작은 원통 모양의 인공지능(AI) 홈 허브 ‘씽큐 온’ 주변으로 관람객이 모여 들었다. 생성형 음성 AI를 장착한 씽큐 온은 “벌써 잘 시간”이라는 말을 듣자 집안의 모든 가전을 절전 모드로 전환하고, 식기세척기는 저소음 야간 모드로 바꿨다. 정기현 LG전자 HS플랫폼 사업센터장은 “세탁기와 식기세척기가 가사 노동을 줄여준 것처럼, AI 가전 등장은 집안에서 여가시간과 효율을 획기적으로 증대시켜 줄 것”이라고 했다.대세는 AI였다. LG전자는 건조기 모터, 오븐 내부에 AI 기술을 적용해 가전 본연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모습을 미국 소비자에게 소구했다. AI 모터를 적용한 건조기는 옷감을 분석해 모터 움직임을 제어하는 건 기본이다. 옷감이 덜 상하게 해주는 건 물론 건조 시간이 끝나도 덜 마른 옷이 있다면 알아서 더 말려주는 기능을 집중적으로 알렸다.
삼성전자는 AI 음성 비서 ‘빅스비’와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스마트싱스’를 통해 집안 가전을 제어하는 모습을 전시관에서 시연했다. 니콜라스 히폴리토 영업매니저는 “가전업계 최초로 글로벌 IoT 보안 최고 등급을 받은 삼성 녹스 기술이 적용돼 안심하고 가전을 연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효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기술은 올해에도 화두였다. 제너럴일렉트릭(GE)은 ‘넷제로’ 에너지 주택을 위한 ‘에코밸런스’ 시스템을 전면에 내세웠다. LG전자는 냉매를 순환시켜 발생한 열을 활용하는 히트펌프 건조기, 가스 대신 전기로 가열하는 인덕션 제품군을 강화했다. 류재철 LG전자 HS사업본부장(사장)은 “일부 미국의 정책 변화에도 에너지 고효율 추세는 결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전자는 미국 기업 간 거래(B2B) 시장 공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해 미국 주요 6대 생활가전 시장 점유율 21%로 1위에 올랐지만, 전체 시장의 20%(약 70억달러)를 차지하는 B2B 부문에선 아직 힘을 못 쓰고 있다. 빌트인 시장이 큰 덕에 미국 건축업자를 잡고 있는 GE와 월풀이 60% 이상 차지하고 있다. LG전자는 2년 내 ‘톱3’에 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지난해 빌더 사업 매출을 1년 만에 64% 끌어올렸다. 류재철 사장은 “올해엔 성장률을 더 높일 것”이라며 “각 디바이스를 AI·IoT로 묶고 가구와 가전을 어우러지게 해 ‘공간 솔루션’을 제시하는 기업으로 사업 형태를 확장시켜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한편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불확실성에 대해 류 사장은 “언제 어디서나 어떤 제품이든 설계하고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멕시코에 공장을 둔 LG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멕시코 25% 관세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는 “멕시코 생산을 줄인다면 미국은 물론 한국, 태국, 인도네시아 등 다양한 생산지가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도 “생산지 조정도 중요하지만, 당장 내일 어떤 규제가 생길지 모르는 상황인 만큼 스마트 팩토리 제조 기술을 바탕으로 유연 생산 체제를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라스베이거스=빈난새 특파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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