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튜디오드래곤 주가가 지난 한 달 동안에만 30% 넘게 뛰며 반등세를 타는 모습이다. 중국이 이르면 오는 5월부터 한한령(限韓令·한류 콘텐츠 금지령)을 해제할 것이란 소식에 투자심리가 개선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증권가에선 한한령 이외에도 TV 광고 회복과 콘텐츠 제작 물량 증가 등 우호적 사업 환경이 갖춰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스튜디오드래곤은 전 거래일 0.59% 오른 5만1400원으로 마감했다. 이날 장중 5만2400원까지 상승해 52주 신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습적인 추가 관세 발표에 '패닉셀(공포 매도)' 물량이 쏟아지며 코스피지수가 3% 넘게 빠진 것과 비교하면 크게 선방했다. 스튜디오드래곤 주가는 지난달에만 37.62% 급등했다. 이 기간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가 스튜디오드래곤 주식을 각각 240억원과 75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중국의 한한령 해제 기대감이 스튜디오드래곤 주가를 밀어 올렸다. 최근 중국이 우리나라와 문화 교류를 강조하면서 한한령을 해제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이달 중국 문화사절단의 방한으로 한한령 해제 시기가 구체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실화할 경우 2017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시작된 한한령은 8년 만에 해제된다.
중국은 그동안 공식적으로 한한령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하지만 국내 콘텐츠가 중국으로 수출될 때 현지 당국의 심의·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불허된 사례가 많았다. 한한령이 실질적으로 해제되면 스튜디오드래곤의 콘텐츠 수출도 늘어나면서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스튜디오드래곤은 연간 30편 수준의 드라마 제작 역량을 확보하고 있고 연평균 동시 방영 10편 및 오리지널 7편을 제작·공급 중"이라며 "제작 물량 내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중국 OTT에 동시 방영이 가능하며 중국 OTT를 위한 추가 제작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의 3대 OTT인 아이치이(iQiYi)·텐센트비디오(Tencent Video)·유쿠(Youku) 가입자는 3억3000만명으로 추정된다"며 "이는 넷플릭스의 3억명을 웃도는 규모로, 중국 시장 재개방은 콘텐츠 실적과 주가에 아주 중요한 이벤트"라고 전망했다.
증권가에선 중국 시장 재개방을 배제해도 우호적 사업 환경이 갖춰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올해 스튜디오드래곤은 채널 다각화를 통한 라인업 재구축을 사업 전략으로 총 25개 이상의 작품을 공급할 예정이다. 에피소드 수는 수목·지상파 슬롯 확보로 전년보다 약 100회 늘어난 314회로 매출이 늘어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또 콘텐츠의 질적 성장을 통한 적중률(Hit Ratio) 강화 및 제작 프로세스 고도화, 기획·개발·공동 제휴·지식재산권 활용 등 글로벌 프로젝트를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스튜디오드래곤의 주요 라인업은 △스터디그룹 △그놈은 흑염룡 △얄미운 사랑 △태풍상사 △다 이루어질지니 △자백의 대가 △탄금 △조각도시 등으로 장르와 채널 다양성이 더욱 풍부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황성진 흥국증권 연구원은 "올해 사업 전략을 통해 신작 선판매 비중과 실비 정산 확대 등 비용 효율화로 수익성 개선을 위한 움직임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여전히 전방 매체들의 영업 환경은 우호적이지만은 않지만 지난해 4분기 CJ ENM의 TV 광고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6.6% 증가하며 턴어라운드(개선)됐다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듯, 광고 판매의 점진직 회복세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현지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부터 수목 슬롯이 재개됨과 동시에 제작비 절감 효과가 가시화되며 외형과 수익성 모두 개선될 것"이라며 "특히 올해 연간 25편 이상의 작품 제작을 통해 2년 연속 역성장을 기록하던 편성 매출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제작 프로세스 고도화와 신인 발굴 프로젝트를 통한 수익 공유 모델 확립을 통해 수익성도 확대되며 구조적 체질 개선이 뚜렷하게 가시화될 것"이라며 "올 상반기는 상대적으로 밋밋하지만, 하반기엔 기대할만한 모멘텀(상승 동력)이 풍부하다"고 짚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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