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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의 Web3 도전과 그 배경
대한민국 게임 산업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회사 중 하나가 바로 넥슨이다. 1990년대 후반, 인터넷과 온라인 게임이 국내에 정착하기도 전부터 넥슨은 <바람의 나라> 같은 온라인 RPG를 출시하며 시장을 개척했고, 이후 <카트라이더>,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등 주목할 만한 IP(지식재산권)를 연달아 선보이며 연평균 12.3%의 매출 성장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이렇듯 빠르게 시대 변화를 읽고 오랜 기간 국내 게임 산업을 이끌어온 넥슨이, 최근에는 이른바 ‘웹3(Web3)’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주목하고 있다.웹3는 블록체인과 NFT(대체불가능토큰) 같은 기술을 바탕으로, ‘플레이어가 콘텐츠와 자산을 직접 소유하고 자유롭게 거래하며, 개발사와 함께 생태계 주도권을 나눈다’라는 개념으로 요약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유저가 가상 자산을 직접 소유한다는 개념이 생소했고, 게임사는 서버 권한을 절대적으로 행사하는 형태가 보편적이었다. 그러나 가상 자산 시장의 성장과 디지털 콘텐츠 주권에 대한 인식 변화로, 게임 아이템도 단순한 데이터가 아닌 ‘가치 있는 자산’으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는 온라인 게임에서 아이템을 사고파는 문화가 오래전부터 존재했음에도 법적·기술적 한계로 인해 정식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부분에 대한 해결 요구가 높아진 결과이기도 하다.
넥슨이 이러한 흐름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데에는 크게 두 가지 배경이 있다. 첫째, ‘장수 게임’을 서비스하는 과정에서의 고민이다. 넥슨을 대표하는 IP 중 하나인 <메이플스토리>는 2003년 출시되어 20년 이상 꾸준히 사랑받고 있으며, 현재도 한국, 중국,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여전히 많은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유저층의 연령대가 높아지고, 경쟁작이 늘어난 가운데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부각되었다. 이에 넥슨은 강력한 IP인 메이플스토리를 웹3 생태계로 확장하는 실험을 기획하게 된다.
두 번째 배경은 기존 게임 산업의 구조적 한계다. 전통적으로 게임사는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생산·공급하는 역할에 그쳤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유튜브 등의 플랫폼에서 방대한 콘텐츠가 생산·소비되고 있어, 게임사 주도만으로는 양적·질적 한계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유저나 커뮤니티가 콘텐츠 개발에 직접 참여하고 기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 중요해졌고, 그 해결 방안으로 웹3가 주목받게 되었다. 넥슨 입장에서는 웹3 인센티브 정책을 도입해 유저가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만들도록 유도함으로써 게임 수명을 연장하고 커뮤니티를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갖게 된 것이다.
결국 “오랫동안 서비스되어온 대표 IP에 최신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길을 열어보자”라는 것이 넥슨의 주된 목표다. 게임 아이템의 자산화뿐 아니라, 커뮤니티 참여와 탈중앙화된 콘텐츠라는 웹3의 가치를 실현해 또 한 번의 혁신을 이뤄내겠다는 구상이다. 웹보드 게임 시대에서 모바일 게임 시대로, 그리고 글로벌 진출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늘 선두주자로 활약해 온 넥슨이, 이번에는 웹3라는 무대를 선택한 셈이다.
그렇다면, Web3 메이플스토리는 무엇이 다른가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가 기존 메이플스토리와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게임사가 모든 콘텐츠를 직접 공급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넥슨이 골조와 기본 시스템을 제공하면, 그 위에서 크리에이터와 유저들이 자유롭게 2차 창작물을 만들어가는 생태계를 지향한다. 여기에 토큰과 NFT 같은 블록체인 기술이 접목되면서, 마켓플레이스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①크리에이터 창작이 중심이 되는 생태계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에서 넥슨은 크리에이터들이 게임 안팎에서 맵, 미니 게임, 퀘스트 등을 직접 제작할 수 있는 툴과 환경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메이플스토리 IP의 그래픽 리소스, 캐릭터, 각종 자산을 일정 부분 공개하여, 기존 몬스터나 NPC를 재활용해 새로운 시나리오를 구성하거나 독특한 규칙의 경쟁 모드를 구현하는 등 다양한 창작이 가능하게 한다.
이렇게 탄생한 창작물이 유저들의 인기를 얻으면, 기여도에 따라 크리에이터에게 NXPC 토큰이나 아이템 등을 보상으로 지급한다. 이는 과거처럼 게임사가 모든 것을 통제하던 구조와 달라, 유저들이 자연스럽게 생태계 발전에 기여하면서 다채로운 콘텐츠를 꾸준히 생산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②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이 같은 구조적 변화는 게임 내 경제 시스템 전반을 다시 설계할 기회를 제공한다. 기존 메이플스토리는 캐시샵을 통해 일부 아이템만 현금으로 구매하거나, 거래소에서 제한적으로 아이템을 사고팔 수 있었다. 그러나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에서는 블록체인 기반 거래소를 활용해 아이템과 자산을 보다 폭넓고 투명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를 넥슨의 수익 모델로 삼는다.
이처럼 크리에이터와 회사, 그리고 플레이어가 함께 만들어가는 경제 모델은 메이플스토리 IP가 단순 RPG가 아닌 “플랫폼”에 가깝게 진화할 잠재력을 보여준다. 누가 더 흥미로운 콘텐츠를 만들고, 얼마나 많은 유저가 참여하느냐에 따라 게임 수명과 수익 기회가 확대된다는 점이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의 차별화된 특징이다.
베일을 벗는 $NXPC 토크노믹스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에서 NFT 기반 자산이 활발히 거래되려면, 이를 매개할 ‘기축 통화’가 필요하다. 넥슨은 이를 위해 $NXPC라는 토큰을 도입할 계획이며, 이 토큰은 크게 두 가지 역할을 맡는다.①크리에이터·플레이어 보상의 매개체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는 공식 개발진이 만드는 메이플스토리 N만이 아니라, 유저나 스튜디오가 제작하는 월드와 콘텐츠도 가치를 인정한다. 이 생태계에 기여한 창작자에게는 NXPC가 보상으로 주어지는데, 이는 기존 게임의 ‘현질(현금 결제)’이나 ‘개발사의 일방적 분배’에 의존하던 경제 구조와는 상당히 다르다. 창작자가 새로운 장르의 미니 게임이나 퀘스트를 만들고, 많은 유저가 몰리면 자연스레 토큰 보상을 얻게 되는 구조다.
②아이템 민팅(발행)과 거래 수단
크리에이터들이 희귀 아이템을 NFT로 발행해 자체 콘텐츠에서 활용하거나, 게임 내에서 획득한 보상을 마켓플레이스에서 사고팔 때도 NXPC가 사용된다. 이는 토큰에 대한 지속적인 수요를 만들어내는 핵심 요인이며, NXPC의 가격은 전체 아이템 가치 총합과 연동해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설계된다. 또한 무분별한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아이템 발행량을 일정 범위로 제한하거나 소각 메커니즘을 도입해 시장 균형을 맞추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넥슨은 NXPC 토큰을 통해 “지속 가능한 웹3 게임 경제”를 구축하고자 한다. 과거 P2E 게임들이 과도한 투기 열기로 막을 내린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실제 ‘플레이’와 ‘창작’을 통해 수익이 창출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회사 내부에서 오랜 기간 시뮬레이션과 테스트를 진행해 왔으며, 시범 서비스에도 많은 유저가 참여했다는 후문이다.
향후 극복해야 할 과제
물론 이 프로젝트가 장밋빛 미래만을 보장받은 것은 아니다.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첫째, 기존 메이플스토리 이용자들의 반응이다. 이미 게임 내 거래와 현질 문화가 자리 잡은 상황에서 NFT나 토큰이 도입되면 “게임이 돈벌이 수단으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생길 수 있다. 이에 대해 넥슨은 기존 방식 그대로 메이플스토리를 즐길 수 있도록 병행 서비스를 운영하고, 웹3 요소는 선택 사항으로 둘 방침을 밝히며 충돌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둘째, 크리에이터에 대한 보상 정책을 어떻게 수립하느냐도 매우 중요하다. 크리에이터를 충분히 지원하지 않으면 양질의 콘텐츠가 부족해지고, 결국 유저들이 금세 흩어질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웹3 게임들이 콘텐츠 부족과 투기 수요 집중으로 인해 실패한 사례가 있다. 넥슨은 이러한 문제를 의식해 “재미”와 “경제”의 조화를 강조하고 있으며, 꾸준한 업데이트와 크리에이터 지원 정책을 통해 생태계를 안정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의 등장은 국내외 게임 업계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거대한 유저 풀과 탄탄한 브랜드 파워를 지닌 메이플스토리가 성공적으로 웹3와 결합한다면, 이는 “게임사의 중앙집중식 운영”이라는 기존 틀을 넘어 “유저가 직접 가치를 만들고 공유하는 탈중앙·자율·창조적 환경”을 대형 IP가 제대로 구현했다는 상징적 사례가 될 수 있다. 이는 앞으로 더 많은 전통 게임사가 웹3 시장에 뛰어드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높다.
넥슨의 시선은 단기적인 암호화폐 열풍에 편승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가상세계의 소유권과 창작권을 유저에게 돌려주고, 게임이 크리에이터 기반의 거대한 플랫폼으로 진화하도록 만들겠다”는 장기적 구상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연 이 실험이 성공으로 이어져 메이플스토리가 전 세계 게이머들에게 또 한 번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크로스앵글은…
크로스앵글은 크립토 데이터 인텔리전스 플랫폼 '쟁글' 운영사다. 쟁글은 글로벌 가상자산 공시, 평가와 더불어 정보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가상자산 투자 산업의 트렌드를 보여주기 위해 컨텐츠를 만들고 있다.
▶이 글은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구독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소개한 외부 필진 칼럼이며 한국경제신문의 입장이 아닙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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