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설의 부활'.
1993년 출판된 이후 누적 부수 1000만 부를 넘긴 이우혁 작가의 소설 '퇴마록'의 3D(3차원) 애니메이션화는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 애니메이션 스토리 기획팀에 속해 있는 로커스의 곽진영 팀장이 3040세대가 어릴 적 즐겨 읽은 퇴마록을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첫 시작이었다.
황수진 부사장은 곽 팀장의 아이디어에 날개를 달아줬다. 황 부사장은 "원작이 있는 IP를 활용해 애니메이션의 마케팅을 극대화 하겠다는 전략을 고민하던 중 국내 1세대 장르소설의 대표주자인 퇴마록을 가져오는데 적극 동의했다"며 "이곳저곳에 수소문해 퇴마록의 애니메이션 판권을 아무도 소유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업무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양질의 결과물을 내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이후의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상대적으로 팬덤에 실망을 안긴 동명의 영화와 게임의 노선을 밟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컸다. 2019년 로커스 임직원이 이우혁 작가를 만난 뒤 680여 명이 6년간 애니메이션 제작에 매달린 이유다.

홍성호 로커스 대표는 "이 작가와 꾸준히 소통하며 2022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애니메이션 제작에 들어가 퀄리티를 높여갔다"며 "지난해 5월 결과물을 본 이 작가가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럽다'고 호평하자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고 털어놨다
극 초반부의 내용을 중점적으로 다루다 보니 적절한 분량을 조절하는 것도 주된 고려사항이었다. 황 부사장은 "여러 고민이 있었지만 퇴마록은 한 편당 약 20분 분량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4부작 파일럿 시즌을 염두에 두고 제작해 왔다"며 "출시 시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노선을 바꾸게 됐다"고 설명했다.
기존의 작품을 편집하는 과정에서 완성한 일부 장면이 빠지는 과정도 있었다. 홍 대표는 "이현암과 관련한 이야기가 편집을 거치며 일부 생략됐다"며 "추후에 미공개 컷으로 남은 이야기는 풀어낼 생각"이라고 했다

홍 대표는 "2차원(2D) 느낌을 살리기 위해 초당 프레임 수(fps)를 통상 3D 애니메이션보다 줄였다”며 “3D 애니메이션에 대한 거부감을 낮추면서 사전 공개한 2D 느낌의 캐릭터 디자인을 더 잘 살려내기 위한 취지"라고 강조했다.

애니메이션 퇴마록은 2021년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를 애니메이션화한 '아케인'과 그림체가 비슷해 회자되기도 했다. 홍 대표는 "글로벌 애니메이션 회사의 10분의 1 규모의 제작비로 (그들의) 약 80%에 준하는 작품을 만들어 낸 것"이라며 "레드슈즈, 유미의세포들 등의 극장 애니메이션을 만들며 노하우가 축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외에 원작과 달리 박윤규가 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것도 제작진이 등장인물을 재해석한 결과다. 홍 대표는 “90년대 원작의 감성을 지금 시대에 맞게 구현하는 과정에서 추가한 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극장에서 애니메이션 퇴마록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진다면 후속편도 제작할 계획"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로라(LORA)는 언리얼 엔진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영상을 미리 보며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다. 중간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 제작 파일을 일일이 렌더링해야 하는 불편함을 줄였다. 작업자들이 자체 개발한 툴을 데이터베이스와 연동해 업무 과정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록맨(LOCMAN)이라는 프로그램도 개발해 활용하고 있다.

이 같은 역량을 토대로 로커스는 여러 청소년, 성인용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계획이다. 앞서 네이버웹툰의 인기 웹툰 IP를 활용한 '유미의 세포들 극장판'을 지난해 4월 개봉한 게 한 사례다. 이외에 웹툰 원작의 '전자오락수호대', '호랑이 형님', '덴마' 등의 애니메이션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영도 작가의 판타지 소설 '드래곤 라자'의 애니메이션 판권도 로커스가 소유하고 있다.
홍 대표는 "관객들의 니즈를 파악해 애니메이션 작업 방향을 조율하는 등 앞으로도 꾸준히 소통을 이어갈 계획"이라며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6위 애니메이션 회사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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