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속 기간은 날이 아니라 ‘시간’으로 계산해야 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있다는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이 7일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하며 내놓은 두 가지 이유다. 이번 결정으로 지난 1월 15일 체포 이후 51일간 구치소에 갇혀 있던 윤 대통령의 구속이 취소됨에 따라 ‘대통령 내란 혐의’ 재판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원이 특히 공수처 수사의 적법성에 정면으로 의문을 제기해 윤 대통령 체포에서 구속까지 과정에 대한 논란도 커질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이날 “설령 구속 기간이 만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소가 제기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구속 취소의 사유가 인정된다”며 “공수처법상 내란죄 수사권과 관련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고 밝혔다.
이는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에 내란죄가 포함돼 있지 않다는 윤 대통령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공수처는 공수처법 제2조에 따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관련 범죄로서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이 있다고 주장했으나, 변호인단은 “실제 수사처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수사 과정에서 내란죄를 인지했다고 볼 만한 증거나 자료가 없다”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또 공수처와 검찰청이 서로 독립된 수사기관임에도 법률상 근거 없이 구속 기간을 나눠 사용했다는 점과 그 과정에서 피고인의 신병을 이전하면서 신병인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절차의 명확성을 기하고 수사 과정의 적법성에 관한 의문의 여지를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구속 취소 결정을 하는 것이 상당하다”며 “만약 이런 논란을 그대로 두고 형사재판 절차를 진행하는 경우 상급심에서의 파기 사유는 물론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도 재심 사유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존에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위해 수사 관계 서류가 법원에 있었던 기간을 날 단위로 계산해 왔으나, 재판부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신체의 자유, 불구속수사의 원칙 등에 비춰볼 때 구속기간을 날이 아니라 실제 시간으로 계산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또한 체포적부심사를 위해 수사 관계 서류가 법원에 있었던 기간은 구속 기간에 불산입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 구속적부심과 달리 체포적부심의 경우 형사소송법상 구속 기간 불산입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런 법리에 따라 윤 대통령이 2025년 1월 15일 10시33분께 체포돼 예정된 구속 기간 만료 시기는 1월 26일 9시7분께였으나, 공소가 제기된 시기는 같은 날 18시52분께로 “구속 기간이 만료된 상태에서 공소가 제기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국형사법학회장을 지낸 한상훈 연세대 로스쿨 교수는 “공수처 수사권을 둘러싸고 논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니 안전하게 하고자 구속을 취소한 것 같다”며 “구속 기간 산정 문제와 공수처의 수사 권한 문제에 대해 대법원의 결정을 받아보는 게 더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원의 결정은 통상의 구속 기간 계산에 대한 관행이나 암묵적 다수 의견과 달리 1분, 초까지 계산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해석한 것”이라며 “대부분의 학자는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느낄 것”이라고 지적했다.
헌법상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구속 제도는 다른 권리를 제한하는 경우보다 훨씬 엄격한 조건을 요구하며, 해석에 관한 논란이 있는 경우 피의자·피고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 불법 구금이 문제가 돼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되는 사례가 있었던 만큼 검찰과 공수처의 수사·기소 과정의 적법성 논란을 잠재우고 갈 필요가 컸던 것으로 법조계는 보고 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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