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같은 규제 문화 속에서 '제2의 엔비디아' 같은 스타트업은 나올 수가 없습니다."
'규제와의 전쟁'을 위해 정치권에서 스타트업으로 뛰어든 장지호 케어닥 전무가 지난 7일 한경닷컴과 만나 스타트업이 처한 현실을 전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인턴으로 시작해서 정계에 입문한 장 전무는 정치권은 젊은 세대가 주도권을 쥘 수 없는 구조라고 느끼고 스타트업 행을 결심했다고 했다. 이후 '규제 끝판왕'으로 불리던 비대면 진료 플랫폼 닥터나우에서 규제와 싸우며 '비대면 진료 초진 허용'이라는 굵직한 규제 혁파에 앞장섰다.
장 전무는 "반기문 UN 사무총장 대선캠프에서 청년본부장 보좌관을 지냈는데, 그때 후보가 돌연 자진 사퇴하면서 허무를 느껴 정치권을 떠나게 됐다"며 "당초 정치권에서 산업 발전을 통해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일을 가장 하고 싶었는데, 스타트업에서 그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고 했다.
장 전무는 스타트업에 와서 가장 절실했던 것은 입법부의 조력이었다고 했다. 기성 정치권이 겉으로는 번지르르하게 '스타트업 발전·지원'을 외치지만, 정작 정책이나 입법 등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일은 좀처럼 없었다는 것.
장 전무는 "국회에는 변호사협회, 의사협회, 약사회 등 여러 직역 단체의 편에 서주는 국회의원들이 있지만, 스타트업의 편은 거의 없다"며 "스타트업은 선거 때만 예쁘게 쓰는 병풍 같다. 선거 이후에는 법안이나 정책으로 이어지는 게 없었다"고 했다.

이에 장 전무는 스타트업의 '편'에 서고자 지난 총선에 비례대표로 출마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낙선 후 장 전무는 정치권에 남을지, 스타트업으로 돌아갈지 고민했지만, 스타트업에 '힘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시니어 케어 스타트업 케어닥으로 돌아온 것이라고 했다.
장 전무는 "헬스케어에 대한 규제는 우리나라 규제의 거의 최고 난도, '규제의 끝판왕' 수준이다. 그래서 제가 헬스케어 분야를 선택한 것"이라며, "글로벌 시장은 AI, 바이오 등 신산업을 지원하기 바쁜데 우리나라는 규제하기 바쁘다"고 비판했다.
장 전무는 끝으로 정치권을 향해 "엔비디아도 스타트업이었다. 제2의 엔비디아를 만들려면 규제 개혁을 통 스타트업의 앞길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며 "지금 이 정도의 정치권의 규제 문화라면 한국에 엔비디아 같은 회사는 나올 수 없다"고 촉구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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