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등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들이 빠르게 추진되면서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2024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을 전후하여 금융시장에는 감세와 규제완화가 경제성장을 촉진할 것이라는 기대가 먼저 반영되었지만 이후 동맹국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적인 관세정책이 무질서하게 발표되고 불법 이민자 추방도 빠르게 구체화되면서 그에 따른 경제성장 위축과 인플레이션 재발 우려가 점차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트럼프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예상치 못한 언쟁으로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고 캐나다, 멕시코와는 25% 관세 부과를 두고 연일 거친 설전을 벌이며 전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에 피로도를 높이고 있다.
관세정책에 따른 불확실성이 인플레이션과 노동시장에 대한 불안을 통해 기업과 소비자들의 심리를 극도로 위축시키기 시작했다. 이러한 불안심리를 반영하여 미국의 나스닥과 S&P500지수는 2월 19일 고점 대비 급락하며 각각 13.1%, 9.5% 하락했다. 미국의 10년 국채금리는 한 달 만에 50bp 이상 낮아지며 4.30% 아래로 하락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국익 중심의 미국 우선주의를 바탕으로 1기의 정책을 재추진하면서도 더 강력하고 정교한 경제와 통상·산업 정책을 펼쳐 나갈 전망이다. 대선에서 넉넉한 승리로 유권자들의 강력한 지지를 확보했고 공화당은 상·하원 모두를 장악했다. 1기의 경험까지 더해지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임기 초반부터 신속하고 효과적인 정책 공약 이행에 나설 것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호무역 및 일방주의 강화는 우리나라 경제와 통상 환경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모든 수입품에 대한 보편관세 10~20%가 도입되고 1기 당시 실패했던 트럼프 상호무역법 제정도 재추진될 예정이다.
무역 및 대중국 정책 측면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바탕으로 한 보호무역주의와 대중국 견제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서는 전례 없이 높은 수준인 60%의 고율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겠다고 위협하고 있고 무역 제재도 확대될 전망이다. 중국산 전자제품, 철강, 의약품의 수입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멕시코 등을 통한 우회 수출도 차단할 계획이다.
첨단산업에 대한 대중국 규제도 강화될 전망이다. 특히 반도체 칩과 장비 등 국가안보 차원에서 국가전략산업의 중국 수출을 전면 통제하고 미국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추진할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수출통제 조치 범위는 반도체 등 특정 첨단 및 혁신기술에 국한되었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을 완전히 배제시킴으로써 반도체를 비롯한 희토류, 배터리, 의약품 등 첨단기술 산업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동맹국의 동참을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2024년 기준 우리나라의 양대 수출국은 중국과 미국으로 각각 1330억 달러(비중 19.5%)와 1278억 달러(비중 18.7%)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다. 우리나라의 대규모 대미 무역흑자에 따른 압박과 함께 대중국 수출 및 우회수출을 방지하기 위한 미국의 수입규제 강화는 중국과의 연계성을 고려할 때 우리 기업들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대미 수출 비중이 높고 중국으로의 중간재 수출 비중도 높은 반도체와 IT 부품, 자동차, 석유화학, 2차전지 산업 등을 중심으로 수출 감소폭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자국의 거대한 소비 시장과 안보 우산, 달러 기축통화 시스템을 지렛대로 삼아 관세 위협을 통해 무역 상대국들로부터 상당한 양보를 이끌어 내고자 할 것이다. 미국의 주요 무역적자국인 한국과 체결한 한·미 FTA도 재협상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에 따르면 2000년에는 미국과 동맹국들의 전 세계 제조업 생산 비중이 75% 이상을 차지했지만 2030년에는 중국의 점유율이 45%로 압도적인 지위에 올라설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유럽, 일본, 한국, 대만 등 모든 동맹국들의 합을 넘어선 수치다.
중국은 정부 주도의 전례없는 산업정책 자금 지출로 자동차, 배터리, 전자, 화학, 선박, 항공기, 드론, 기초 반도체와 같은 군사적으로 유용한 제조업 산업 생산의 독점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생산을 늘리는 데 머물지 않고 글로벌 과잉생산 능력을 만들어내고 결국 미국, 유럽, 일본, 한국, 대만 등의 기업들을 제조업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중이다. 군사적으로 유용한 제조업 산업 생산 능력은 국가안보와 직결된다.
우리 정부는 트럼프가 구상하는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미국 대 미국 외 모든 나라’ 구도를 ‘중국 대 미국과 모든 나라’의 구도로 전환하도록 설득해야 할 것이다.
1월 FOMC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위원회는 지금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어떤 정책이 실행되는지를 관망하며 기다리는 모드에 있다. 정책적 함의에 대한 분석을 시작하기 전에 정책이 먼저 뚜렷해져야 한다”며 추가 기준금리 인하를 포함한 통화정책을 실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런 과정에서 관세정책의 불확실성과 원화 약세로 기준금리 인하를 미뤘던 한국은행이 먼저 나섰다. 한국은행은 2월 25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2.75%로 25bp 인하하면서 경제전망을 대폭 하향조정한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했다. 2025년 성장률 전망을 당초 1.9%에서 1.5%로 0.4%p나 낮췄다. 1월 금통위 당시 이창용 한은총재가 제시했던 1.6~1.7%보다도 더 낮아진 것이다.
한국은행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전 세계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분석하여 발표했다. 미국이 중국에 부과한 현 수준의 관세 10%를 2026년까지 유지하고 여타 주요 무역적자 국가들에는 그보다 낮은 수준의 관세를 올해 내에 부과하나 협상을 통해 2026년에는 점진적으로 인하하는 것을 기본 시나리오로 가정했다. 그 결과 2024년 11월 전망 대비 세계경제 성장률은 2025~2026년 각각 0.1%p 하락하고 한국 경제성장률은 2025년 0.1%p, 2026년에는 0.2%p 낮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은행은 비관 시나리오도 함께 제시했는데 미국이 2025년 말까지 중국을 포함한 무역적자 국가들에 관세를 점차 높여 부과한 뒤 2026년에도 이를 유지한다는 전제다. 이때 EU, 중국, 캐나다, 멕시코가 미국에 대해 고강도 보복관세로 대응하고 미국도 재차 보복하는 상황을 상정했다.
비관적 시나리오하에서 세계경제와 한국 경제성장률은 모두 기존 전망 대비 2025년에는 0.1%p 낮아지지만 2026년에는 0.4%p가 낮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우리나라 인플레이션의 경우 기본과 비관 시나리오 모두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라 올해 영향은 제한적이겠지만 내년으로 갈수록 수요 감소와 성장 둔화에 따라 하방 압력이 우세할 것으로 추정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은 올해보다 내년의 기준금리 인하 압력을 더 높일 전망이다.
미국의 무역적자국에 대한 평가와 정책 재검토가 마무리되는 4월 이후 무역정책과 관세를 둘러싼 갈등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3월 14일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4월 국가별 상호관세 설정을 위해 환율조작을 조사하고 있다. 우리는 국가별로 관세와 비관세 무역장벽 및 환율조작을 기준으로 상호지수(reciprocal index)를 산출할 것이다. 다른 국가들이 지수를 낮추지 않으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는 상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기금리의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던 미국의 재정적자와 국채발행 문제도 부채한도 협상 타결까지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을 것이다. 기저효과는 2분기 중순까지 발표될 1분기 인플레이션 지표들을 낮출 전망이다. 미국과 국내 장기금리 역시 관세정책에 따른 성장 위축 우려와 국채 발행 부담 완화 등으로 2분기 중반까지는 하락할 전망이다.
다만 이미 1~2차례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가 반영되어 있는 만큼 장기금리 하락에 따른 자본차익과 투자수익률은 높지 않을 것이다. 장기채 투자자는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 타결, 우리나라의 추경에 따른 추가 국채 발행 확대 등이 장기금리 반등의 트리거로 작용할 가능성에 주의하면서 이 시기를 활용한 이익실현을 권고한다.
신동준 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 / 경제학 박사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