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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생절차는 빨리 신청할수록 좋다

입력 2025-03-16 12:52   수정 2025-03-17 09:02

이 기사는 03월 16일 12:5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회사가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게 된다. 투자한 사람은 물론이고, 돈을 꿔준 사람, 물건을 납품한 사람, 종업원, 심지어는 회사 인근 식당주인까지 고통을 받는다. 하지만 지금 겪는 고통은 회생절차를 미루다가 나중에 겪게 되는 고통에 비하면 오히려 작다. 회생절차를 빨리 시작하는 것이 회사를 살리는데 훨씬 유리하다. 여러 나라에서 ‘선제적 구조조정’을 강조하는 이유이다.

사실 회사가 회생절차에 들어갔기 때문에 고통을 겪는 것이 아니다. 회사가 어려움에 처해 있기 때문에 겪는 고통이다. 회사의 어려움은 회생절차에 들어오기 이전에 생긴 것이고 회생절차는 어려움이 드러난 계기가 되었을 뿐이다.

그 동안 우리 기업들은 있는 현금 다 써가며 돌려막기를 하다가 더 이상 돌려막기도 못하게 되어서야 회생절차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사례에 익숙했던 거래계에서는 현금이 좀 있는 상태에서 회생절차에 들어온 사례를 보고 회생절차를 왜 일찍 신청했는지 의심하는 모양이다. 필자는 회생절차를 조기에 신청한 것만큼은 기존의 관행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고 본다.

회생절차에 언제 들어가는 것이 좋은지 묻는다면 “빨리 들어갈수록 좋다”가 정답이다. 이 질문은 아플 때 병원에 언제 가는 것이 좋은지 묻는 것과 비슷하다. 조금이라도 몸에 힘이 있을 때 수술을 받아야 회복 가능성이 높다. 수술을 받을 기력조차 없게 된 때 병원에 가면 환자는 수술도 받아보지 못하고 병원을 나서게 된다.

도산법 전문가들은 조기신청이 중요함을 누누이 강조해 왔다. 현행 채무자회생법 제정 과정에서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이 회생절차에서 채무자회사를 누가 경영하게 할 것인가였다.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기존 경영자가 경영을 계속하도록 정한 것은 경영권 상실을 염려해서 회생절차 신청을 주저하는 기업주들의 조기신청을 유도하기 위함이었다.

회사의 힘은 현금에 있다. 현금이 한 푼이라도 더 있을 때 회생절차에 들어와야 종업원 급여도 주고 거래도 계속하면서 재기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회사에 현금이 없으면 종업원도 떠나고, 거래처도 떠나고, 고객도 떠난다.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모두가 손실을 감내해야 하고 대주주도 예외가 아니다. 회생절차에서는 주주의 권리가 제일 먼저 감축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주주가 회생절차를 서둘러야 하는 것은 조기신청이 회사의 회생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회사가 회생에 성공해야 채권자를 포함한 이해관계인 모두에게 돌아갈 몫이 커진다. 조기신청이 모든 이해관계자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다.

이번 사례에서 서울회생법원이 신청 당일에 회생절차 개시결정을 한 것도 조기신청과 함께 높이 평가할 일이다. 회생절차가 즉시 개시됨으로서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경영의 연속성이 확보되어 회생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회생절차가 효율적으로 활용되는 나라에서는 조기신청과 즉시개시가 원칙이다.

아직 힘이 남아 있을 때 회생절차를 신청하고 이를 법원이 즉시 받아들인 것은 그 간의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신호탄이다. 지금의 고통은 늑장 신청으로 인해 장래에 겪게될 고통에 비하면 작은 고통이다. 이번 사례를 통해서 조기신청이 이해관계자나 사회 전체에 더 유익하다는 인식이 확산되어 더 많은 기업이 조기에 회생절차에 들어와 회생에 성공하기를 소망한다.

오수근 (이화여자대학교 명예교수, 대법원 회생파산위원회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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