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부는 동맹국 안보를 목적으로 국방비에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붓고, 이를 국채 발행으로 감당했다. 이에 맞물려 해외 투자자가 미국 국채를 사주면서 달러화 강세가 유지됐다. 이로 인해 글로벌 자금은 미국 주식과 국채로 쏠렸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달러화 약세를 용인하면 이 같은 글로벌 투자자의 자금 흐름에 큰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여기에 독일을 비롯한 유럽연합(EU)의 재무장과 인프라 투자 확대, 중국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도 달러화 약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한때 ‘유로당 1달러 붕괴’마저 우려된 유로화는 최근 유로당 1.09달러 안팎까지 상승(유로화 강세)했다. 지난달 총선에서 승리한 독일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과 사회민주당 등은 정부의 신규 부채 한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0.35%로 제한한 재정준칙을 국방비 증액에 한해 없애기로 했다. 또 12년간 5000억유로(약 790조원) 예산을 인프라에 투자하기로 했다. EU도 국방비 확대를 통한 대규모 재무장 계획을 내놨다. 시장에선 이를 경기 회복에 호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투자자문사 카슨그룹의 소누 바르게세 글로벌시장전략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독일 등의) 이런 움직임은 팬데믹 부양책 같은 일회성 조치가 아니며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운 감세안도 변수다. 감세로 생긴 재정 공백을 관세 수입으로 다 메우지 못하면 그만큼 재정적자 규모가 커진다. 이 때문에 미국 국채 금리가 올라가면 달러화 강세 압력으로 작용한다. 미국 외에 마땅히 투자할 곳이 많지 않은 점도 달러를 떠받치는 요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달러 약세를 용인하는 듯하지만 달러 패권을 놓치고 싶어 하지 않는 점도 달러 향방을 예상하기 어렵게 한다. 그는 1월 중국과 러시아가 참여한 브릭스(BRICS)의 탈달러 움직임에 대해 “달러를 다른 통화로 대체하려고 시도한다면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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