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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곯던 소년 눈에 비친 모란, 노인의 캔버스에 만개했다

입력 2025-03-26 17:17   수정 2025-03-27 00:24

모란은 꽃말이 부귀영화지만 작가의 기억 속 모란은 넉넉함과 거리가 멀었다. 촌지를 내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형편에 교실 대신 길바닥에서 시간을 보내던 5월의 어느 날 활짝 핀 모란이 눈에 들어왔다. 그 꽃봉오리가 어찌나 탐스러워 보였는지. 일평생 캔버스 수백 점에 모란을 피운 고(故) 정의부 화백(1940~2022) 얘기다.

정 화백의 작고 3주기를 기념한 회고전이 서울 인사동 노화랑에서 열리고 있다. 1970~2010년대 작가가 그린 모란 작품 19점과 풍경화 3점이 나와 있다. 단색화와 앵포르멜, 민중예술 등 숱한 미술사조가 뜨고 지던 시절부터 우직하게 걸어온 사생화 외길 인생을 돌아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정 화백 아들 정서호 씨와의 협업으로 기획됐다. 산부인과 전문의인 정씨는 얼마 전 홍익대 회화과에 입학한 늦깎이 미술학도다. “도봉산 설경을 그리러 나선 선친을 여덟 살 때 따라간 적이 있었습니다. 이런 힘든 작업을 왜 하시는지 이해되지 않았죠. 환갑을 앞둔 제가 붓을 집어 든 걸 보니 역시 아버지의 DNA가 남아 있나 봅니다.”

1940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정 화백은 홍익대 대학원에서 서양화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개인전을 20여 회 열었다.

모란 시리즈는 생전 작가가 남긴 작품 3000여 점 중에서도 대표작으로 꼽힌다. 작가의 석사 논문 주제인 고갱을 빼닮은 중후한 선과 선명한 색조가 특징이다. 작가가 동경했다고 알려진 운창 임직순 선생의 화풍과도 맞닿아 있다. 꽃과 동네 주민 등 시골 전경을 정감 어린 색채로 묘사한 점에서다.

모란의 형태는 제작 시기마다 다르다. 전시장에는 영글기 전 꽃봉오리부터 청화백자에 꽂힌 모란, 산그늘에 핀 듯 어두운 모란 덩굴까지 다양하게 나와 있다. 노세환 노화랑 대표는 “초기 시리즈가 생기 있는 모란을 주로 다루면서 화사함을 강조했다면, 후기작으로 갈수록 꽃잎이 늘어지거나 떨어지는 등 변주가 눈에 띈다”고 했다. 전시는 4월 9일까지.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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