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에 ‘올인’하던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개인)들이 다른 투자처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던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가 하락하고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하고 있어서다. 변동성이 큰 장세에 대비해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액은 지난달 27일 기준 999억6507만달러(약 147조486억원)로 집계됐다. 2월 말의 1029억1966만달러(약 151조3948억원)에 비해 3% 가까이 감소했다. 미국 주식 보관액이 1000억달러 밑으로 떨어진 건 지난해 10월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올해 들어 미국 증시가 흔들리자 다른 국가 증시로 갈아타는 개인투자자가 늘었다. 최근 강세를 보이는 중국 증시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인공지능(AI) ‘딥시크 쇼크’ 이후 샤오미, 알리바바, BYD 등 중국 기술주가 급등한 영향이다. 올해 들어 나스닥지수와 S&P500지수가 각각 10.15%, 4.9% 떨어지는 동안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홍콩 항셍테크지수는 23% 넘게 올랐다.
서울 강남의 한 프라이빗뱅커(PB)는 “작년까지만 해도 자산가들은 중국 주식에 관심이 없었다”며 “올해 들어 중국 비중을 높이려는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유럽 주식을 눈여겨보는 투자자도 증가하고 있다.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 재정 지출을 확대하며 경기 부양에 나서자 투자심리가 개선됐다. 유로존을 대표하는 50개 기업으로 구성된 유로스톡스50지수는 올해 들어 8.41% 올랐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을 사들이는 개인투자자도 많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월 1~28일 개인이 순매수한 금 거래량은 2178㎏에 달한다. 올 1월 954㎏, 2월 1689㎏ 등 순매수 규모가 매달 커지는 추세다.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금 투자도 활발하다. 개인투자자는 올해 들어 ‘ACE KRX금현물’ ETF를 2646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상품의 올해 수익률은 11.87%에 달한다.
매수세가 몰리며 금 가격은 고공행진 중이다. KRX 금시장에 따르면 1㎏ 금 현물(순도 99.99%, 24K)의 1g 가격은 지난달 28일 종가 기준 14만5550원이다. 올해 초 12만8790원 대비 13.01% 상승했다. 최근 금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지만 변동성 장세가 이어지는 만큼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은 경제적·지정학적 불확실성을 헤지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증시가 안정될 때까지는 금 수요가 꾸준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올해 금 가격이 트로이온스당 3000~3300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증권가에선 중국·유럽 주식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영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유럽·중국 시장이 대안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며 “중국 기술주나 유럽 방산, AI, 제약 등을 눈여겨보는 것이 좋다”며 “미국 하이일드채권이나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 등에 포트폴리오의 일부를 할당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 미국 주식 비중은 유지하는 게 좋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 빅테크와 AI 관련 기업의 실적이 견조하고, 미국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이 아직 탄탄하다는 이유에서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제 성장에 대한 우려는 기우였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다음달 이후 다시 뉴욕증시가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