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 필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부동산 때문에 가계부채 비율이 다시 악화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3일 한은과 금융연구원이 공동으로 개최하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후원한 정책 콘퍼런스에서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감원장 등과 대담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금융당국을 이끄는 세 명의 수장이 모여 부동산을 주제로 공개 대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대출 대신 지분 투자받는 지분형 주택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모험자본에 대한 여신이 전체 경제에서 줄어들고 있는 것에 경각심을 느껴야 한다”고 짚었다.
이 총재는 이 같은 부동산 금융 집중이 새로운 산업을 키우는 데 방해가 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금리 인하가 부동산 대출 확대로 이어진다는 것은 새로운 산업을 키우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금융 안정에 부담이 되고 잠재성장률이 낮아지는 악순환을 지속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전체 민간 신용 대비 부동산 신용 비율이 6%포인트가량 상승하는 동안 민간 신용의 국내총생산(GDP) 기여율은 0.15%포인트에서 0.1%포인트로 내려갔다. 성장 기여도가 높은 편인 제조업 대출 비중은 2014년 34.5%에서 2024년 24.6%로 낮아졌지만 부동산업과 건설업 대출 비중은 19.7%에서 29.4%로 크게 높아졌다.
은행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 원장은 “은행과 상호금융, 캐피털 등 모든 기관이 부동산이라는 커다란 파이를 다른 형태로 뜯어먹는 식으로 영업하고 있다는 생각”이라며 “억지로 부동산 포트폴리오를 줄이지는 않더라도 고도화된 은행만이 할 수 있는 복잡한 투자를 장기간에 걸쳐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도 비슷한 구조의 ‘한국형 리츠’를 언급하면서 “지분형이나 리츠로 기존에 대출로 자금을 조달해온 부동산 금융의 큰 틀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금융을 줄이자는 제안도 나왔다. 이 총재는 “정책금융이 집값을 올리고, 가계부채를 늘리고 있다”며 “저소득층이나 신혼부부를 돕긴 해야 하지만 그보다는 정책금융이 공급 측면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진규/신연수 기자 josep@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