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정치 명운을 가를 헌법재판관 8명은 탄핵심판 선고 전날인 3일에도 평의(재판관 내부 회의)를 지속해 결정문을 다듬고, 결정의 효력 발생 시점과 직결되는 선고 순서를 놓고 논의를 거듭했다. 역대 대통령 탄핵 사건에 비해 이번 사건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상당해 방청 경쟁률이 역대 최고치인 4800 대 1(오후 5시 기준)을 기록했다.
재판관들은 결정문에 들어갈 문구와 더불어 세부적인 선고 절차 등에 관해서도 협의를 이어갔다. 헌재 실무 지침(헌법재판실무제요)상 종국 결정을 담은 주문은 재판장이 낭독한다. 그러나 전원일치 의견이냐 아니냐에 따라 결정 이유의 요지는 다른 재판관이 읽을 수도 있다.
선고 당일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요지부터 읽기 시작하면 인용이든 기각·각하든 재판관들의 의견이 전원 일치했다는 의미다. 의견이 나뉘었다면 문 대행이 법정의견(다수의견)과 다른 의견이 있다고 먼저 알린 뒤 주문부터 읽는다. 그러나 통진당 해산 사건에서 재판관 간 의견이 갈렸으면서도 요지부터 설명하고 의견별 재판관이 누구인지 밝힌 뒤 주문을 가장 마지막에 낭독한 선례가 있다. 이를 근거로 전국에 동시 생중계되는 윤 대통령 사건에서도 주문부터 읽는 방식은 피할 것이란 견해가 있다.
이 사건의 결론이 인용이라면 선고 순서는 매우 중요하다. 재판장이 주문을 읽기 시작한 시간부터 즉시 그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은 단심이자 최종심이어서 불복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결정문 맨 첫 장에 선고일시가 분 단위까지 적힌다. 실제 파면으로 이어진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사건 때 이정미 당시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주문을 읽기 시작한 시간이 결정문 맨 첫 장에 ‘2017. 3. 10. 11:21’이라고 기입됐다.
최종 결정문은 4일 오후 3시께 대외에 공개될 예정이다. 천재현 헌재 공보관은 “재판관들의 결재와 당사자 송달, 비실명화 작업을 거쳐야 하는 데다 일반 사건 대비 결정문 분량이 많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노무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건 결정문은 각각 61쪽, 70쪽이었다.
헌재의 긴장감도 상당했다. 이날 평의가 열리는 303호를 포함해 대부분 사무실에 커튼이 쳐졌고, 경내 외부인 출입은 철저히 통제됐다. 선고 당일 재판관들의 모습을 자유롭게 취재할 수 있었던 박 전 대통령 때와 달리 문 대행은 재판관들의 출근길 취재를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거듭된 취재 요청에 문 대행은 생각을 바꿨고 선고 하루 전날 방침이 바뀌었다. 그 대신 재판관들의 동선에 포토라인을 치고 그 밖에서만 촬영할 수 있게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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