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피청구인(대통령)은 국회와의 대립 상황을 타개할 목적으로 계엄을 선포한 후 군경을 투입해 국회의 헌법상 권한 행사를 방해함으로써 국민주권주의 및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병력을 투입시켜 중앙선관위를 압수·수색하도록 하는 등 헌법이 정한 통치구조를 무시했으며, 포고령을 발령해 국민의 기본권을 광범위하게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이러한 행위는 법치국가원리와 민주국가 원리의 기본원칙들을 위반한 것으로서 그 자체로 헌법 질서를 침해하고 민주공화정의 안정성에 심각한 위해를 끼쳤다"고 명확히 했다.
헌재는 헌법과 계엄법은 비상계엄 선포의 실체적 요건으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와 목적이 있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적시했다. 그러나 피청구인(대통령)이 주장한 야당의 탄핵소추 추진, 일방적 입법권 행사, 예산 삭감 시도 등은 이러한 요건에 해당하지 않으며, 계엄 선포 당시 검사 1인 및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심판절차만 진행 중이었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피청구인(대통령)이 주장하는 국회의 권한 행사로 인한 국정마비 상태나 부정선거 의혹은 정치적, 제도적, 사법적 수단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병력을 동원해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또한 "피청구인은 이 사건 계엄이 야당의 전횡과 국정 위기상황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한 '경고성 계엄' 또는 '호소형 계엄'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계엄법이 정한 계엄 선포의 목적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또한 "계엄 선포 직전 국무총리 및 9명의 국무위원에게 간략히 설명했을 뿐 계엄사령관 등 구체적 내용 설명과 의견 진술 기회가 없었고,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의 부서도 없이 계엄을 선포했으며, 시행일시, 시행지역, 계엄사령관 공고와 국회 통고도 이행하지 않았다"고 절차적 요건 위반도 확인했다.
헌재는 국방부장관이 필요시 체포할 목적으로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에게 국회의장, 각 정당 대표 등 14명의 위치를 확인하라고 지시한 점도 확인했다. 증언 번복으로 논란이 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과 관련해서도 헌재는 "피청구인이 국정원 1차장에게 전화해 국군방첩사령부를 지원하라고 하였고, 국군방첩사령관은 국정원 1차장에게 위치 확인을 요청했다"고 확인했다.
헌재는 "이는 국회의 권한 행사를 방해한 것으로 국회에 계엄해제요구권을 부여한 헌법 조항을 위반했고,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 불체포특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비상계엄하에서 기본권을 제한하기 위한 요건을 정한 헌법 및 계엄법 조항, 영장주의를 위반하여 국민의 정치적 기본권, 단체행동권, 직업의 자유 등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