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결정된 4일 국내 증시는 내내 롤러코스터를 탔다. 탄핵이 선고되며 국내 증시를 짓누르던 가장 큰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됐지만 투자자들은 곧바로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을 우려하며 매물을 쏟아냈다. 미국과 각 국의 관세 협상 줄다리기가 벌어지는 동안 국내 증시의 단기 변동성도 불가피하게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32원 넘게 떨어졌는데도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7892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코스닥시장에선 886억원,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선 7045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증시에 선반영됐던 탄핵 여부가 발표되면서 차익실현 매물이 대거 출회됐다”고 말했다.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선고 당일엔 코스피지수가 0.3% 상승했던 것과 다른 흐름이다. 당시 탄핵 결정 일주일 후 코스피지수는 3.21%, 1개월 후엔 1.72% 상승했다.
탄핵이라는 불확실성이 걷히자 투자자들은 곧바로 고관세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으로 고개를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보편관세로 인해 JP모건이 미국 경기침체 확률을 40%에서 60%로 대폭 상향항 상황에서 한국 성장률도 둔화할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 외국인의 외험 회피 심리를 자극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반도체 관련주의 낙폭이 컸다.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 분야 관세 도입 여부에 대해 “아주 곧(very soon) 이뤄질 것”이라고 선언한 영향이다. 이날 외국인 순매도 규모의 75% 이상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몰렸다. SK하이닉스는 6.37% 급락했고, 삼성전자도 2.60% 내렸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4.44%) 에코프로비엠(7.68%) 등 2차전지 업종이 크게 올랐다. 숏커버링(공매도하기 위해 빌린 주식을 갚기 위해 사는 것) 매수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장기적 관점에서 주가가 저점 부근에 도달했다는 의견도 많다. 2020년 코로나19 당시를 제외하면 과거 코스피지수의 12개월 후행 주가순자산비율(PBR) 저점은 대부분 0.8배 윗 선에서 형성됐다. 최저점은 2019년 9월 0.82배였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PBR 0.85배 수준을 저점으로 가정하면 코스피지수의 저점은 2436선”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내수를 살리기 위해 20조원 내외 규모의 추경이 집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주식시장 향방을 결정지을 중요 요소 중 하나는 추경 규모”라며 “20조원 이상으로 집행된다면 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증시도 반등 가능하다”고 점쳤다. 이어 “탄핵 인용으로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해소된만큼 올해 코스피지수 예상 범위 하단을 2250에서 2380으로 상향한다”고 말했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를 부양시킬 수 있는 정책이 나올 가능성이 큰만큼 소비재나 유통 등 내수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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