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재는 4일 탄핵심판 선고 결정문에서 윤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이 헌법과 계엄법이 정한 실체적·절차적 요건을 모두 위반했다고 밝혔다. 비상계엄 선포의 실체적 요건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로, 윤 대통령이 주장한 “야당의 탄핵소추 추진, 일방적 입법권 행사, 예산 삭감 시도” 등은 이 같은 요건에 전혀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계엄 선포 당시 검사 1인 및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심판절차만 진행 중이었고,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법률안들은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하거나 공포를 보류해 효력이 발생하지 않은 상태였다”며 “이는 평상시 헌법적 절차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부정선거 의혹에 관해서도 “어떠한 의혹이 있다는 것만으로 중대한 위기 상황이 현실적으로 발생했다고 볼 수 없으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미 보안 취약점 조치와 투표함 관리 대책을 마련했다”고 지적했다.
야당의 전횡과 국정 위기 상황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한 ‘경고성 계엄’ 또는 ‘호소형 계엄’이라는 주장에 대해선 “이는 계엄법이 정한 계엄 선포의 목적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계엄선포 절차와 관련해서도 “계엄 선포 직전 국무총리 및 9명의 국무위원에게 간략히 설명했을 뿐 계엄사령관 등 구체적 내용 설명과 의견 진술 기회가 없었고,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의 부서도 없이 계엄을 선포했으며 시행 일시, 시행 지역, 계엄사령관 공고와 국회 통고도 이행하지 않았다”며 요건 위반을 확인했다.
헌재는 결정문 요지에 “피청구인은 (김용현 전) 국방장관에게 국회에 군대를 투입할 것을 지시했고, 이에 군인들은 헬기 등을 이용해 국회 경내로 진입했으며, 일부는 유리창을 깨고 본관 내부로 들어갔다”며 “(조지호) 경찰청장에게는 국회 출입을 차단하도록 지시했고, 이로 인해 국회로 모이던 국회의원 중 일부는 담장을 넘어가야 했거나 아예 국회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적시했다.
특히 헌재는 윤 대통령이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 등에게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것 같으니,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고 직접 지시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도 국군방첩사령부를 지원하라고 한 점, 국군방첩사령관이 홍 전 차장에게 14명의 위치 확인을 요청한 점도 중대한 위법 사항으로 인정됐다.
헌재는 “이는 국회의 권한 행사를 방해한 것으로 국회에 계엄해제요구권을 부여한 헌법 조항을 위반했고,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 불체포특권을 침해했다”며 “각 정당의 대표 등에 대한 위치 확인 시도에 관여함으로써 정당 활동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군 투입과 관련해선 “국회의 권한 행사를 막는 등 정치적 목적으로 병력을 투입함으로써, 군인들이 일반 시민과 대치하도록 만들었다”며 “피청구인은 국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하고 헌법에 따른 국군통수의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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