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중 무역 전쟁 확전 소식이 유가 하락을 촉발했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이 미국산 수입품에 34%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지난 4일 발표하면서 수요 둔화 우려가 커졌다. 골드만삭스는 6일 국제 수요 감소, 석유수출국기구와 그 외 산유국 협의체인 OPEC+의 증산 가능성을 이유로 내년 평균 WTI 가격 전망치를 59달러에서 55달러로 낮췄다.
같은 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구리 선물은 한때 전 거래일 종가보다 5.16% 떨어진 파운드당 4.144달러에 거래됐다. 전주 대비 17.74% 하락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주간 낙폭을 기록했다. 3대 비철금속인 구리는 가격이 산업 수요에 따라 변동해 실물 경기를 예측하는 ‘닥터 쿠퍼’로 불린다.
구리 가격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달 2일 상호관세를 발표하기 전까지 상승세를 이어갔다. 트럼프 행정부가 구리 관세를 매기기 전 미국으로 구리를 옮겨놓으려는 수요가 몰리면서다. 원자재 중개업체 사이에선 “구리 가격이 파운드당 5.44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상호관세 부과 발표 이후 이런 흐름은 급격히 반전됐다. 구리가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되며 미국으로 수입할 때 웃돈을 뜻하는 ‘뉴욕 프리미엄’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 대신 경기 침체 공포가 구리 가격을 끌어내렸다. 칠레 광물 컨설팅 기업 GEM의 후안 이그나시오 구즈만 최고경영자(CEO)는 “경기 침체가 시작되면 구리 가격이 파운드당 3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전자상거래 기업 웨이페어가 지난달 발행한 회사채 금리는 지난달 연 8%에서 최근 연 10%로 치솟았다. 중국·베트남산 물건 의존도가 높은 웨이페어가 관세 직격탄을 맞아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매도세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미매각 채권(헝 본드·hung bond)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매각 채권은 금융회사가 기업 인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한 고금리 채권이 팔리지 않고 대차대조표에 남는 상태를 말한다. 2022년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이 소프트웨어 기업 시트릭스를 인수하고자 85억달러(약 12조4000억원) 규모 채권을 발행했으나 금리 급등으로 매각에 실패해 7억달러 손실을 본 적이 있다. 씨티그룹과 JP모간체이스는 캐나다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ABC테크놀로지가 영국 T1플루이드시스템스를 사들이는 데 필요한 9억달러 규모 채권을 발행했지만 투자자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통적 안전자산인 금과 달러가 흔들리자 투자자들은 일본 엔과 스위스프랑에 주목하고 있다. 국제 외환 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2일 149엔에서 7일 145.5엔으로 하락(엔화 가치 상승)했다. 같은 기간 스위스프랑·달러 환율은 0.882프랑에서 0.846프랑으로 떨어졌다. 금 선물 가격은 2일 트로이온스당 3162달러를 기록한 뒤 3거래일 연속 하락해 3023달러까지 빠졌고, 6개 통화국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도 103.9에서 102.2로 내려갔다.
김인엽/임다연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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