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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조선재건 특명…건조역량 뛰어난 韓에 손 내밀듯

입력 2025-04-11 18:02   수정 2025-04-22 16:37


작년 11월 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선박 건조와 유지·보수·정비(MRO) 분야에서 협력하자”고 제안했을 때, 국내 조선업계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돈 될 만한 게 딱히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수익성 좋은 미 군함이나 상선을 만드는 건 해외 건조를 막는 번스-톨리프슨 수정법과 존스액트법 탓에 불가능하고, 군수지원함 MRO 사업은 마진이 얼마 안 되기 때문이다.

이랬던 기류가 확 바뀌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조선 실적이 훌륭한 다른 나라에서 선박을 구매할 수도 있다”고 언급해서다. 함정과 상선을 가장 잘 제작하는 국내 조선업계에 엄청난 물량의 일감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 조선업 재건과 인력 양성 특명
정부는 미국이 한국 조선업계에 요청할 사안을 크게 세 가지로 파악하고 있다. 핵심은 미국 내 조선업 재건과 조선 인력 양성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각료 회의에서 “미국이 선박을 건조하지 않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머지않은 미래에 조선업은 우리에게 매우 큰 사업이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 정부는 이미 자국 조선업 정상화에 필요한 정책 개발에 들어갔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미 해양 지배력 강화’ 행정명령 8조를 통해 동맹국 조선소들이 미국에 투자할 수 있도록 모든 인센티브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상세안은 미국 상무부 주도로 90일 안에 나올 전망이다. 교통부에는 행정명령 10조를 통해 조선소 투자와 선박 수리 시설 개조 등에 필요한 금융 지원책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국무부 등엔 선원 인력 양성 방안을 제안하라고 지시했다.

이 소식을 접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미묘한 반응 차이를 보였다. HD현대중공업은 미국 조선소를 인수하거나 새로 짓는 것에 신중한 입장이다. 투자 규모가 큰 데다 배를 짓는 데 필요한 전문 인력, 공급망이 거의 없다는 이유에서다. HD현대중공업이 직진출 대신 미국 최대 방위산업 조선사 헌팅턴잉걸스와의 협업을 택한 이유다. 헌팅턴잉걸스는 지난해 미 해군이 발주한 이지스 구축함 9척 중 6척을 수주한 이 분야 최강자다. HD현대중공업은 헌팅턴잉걸스와 생산 인력 파견뿐 아니라 미국 내 하청 공급망 재건, 공동 수주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반면 한화오션은 미국 내 조선 인프라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화는 작년 말 인수한 미국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에 인수 금액(1억달러) 이상을 추가 투자할 계획이다. 지난달엔 미국에 조선소를 운영하고 있는 호주 오스탈 지분 9.9%도 매입했다. 필리조선소를 상선 건조 거점으로, 앨라배마와 캘리포니아에 있는 오스탈의 미국 조선소들을 군함 건조·수리 거점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 이지스함 건조 가능할까
조선업계는 미국 정부가 한국에 상선과 함정 건조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번스-톨리프슨 수정법 및 존스액트법을 개정하거나 트럼프 대통령이 예외조항을 발동하는 식으로 해외에서 건조한 선박 구매를 허용할 것이란 얘기다. 업계는 “조선업을 잘하는 국가로부터 최첨단 선박을 주문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이 필요한 최첨단 선박으로는 원유 운송선과 알래스카 에너지 개발에 필요한 쇄빙선, 이지스급 구축함 등이 거론된다.

다만 국내 조선 3사(HD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한화오션)가 이미 3~4년치 일감을 확보한 만큼 일반 상선용 독을 확보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반면 이지스함 등을 만들 수 있는 특수선 독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척당 1조원이 넘는 이지스함은 마진이 좋다는 점에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모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 이지스 구축함을 건조할 수 있는 제너럴다이내믹스와 헌팅턴잉걸스는 미 해군이 요구하는 연간 신조 건수(5척)에 한참 못 미치는 연 1.6~1.8척만 건조하고 있다. 업계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특수선 독을 모두 활용하면 연 4척 이상을 제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우섭/김대훈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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