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 유예조치 및 대중국 상호관세율 상향 조치를 시행한 지 하루 만에 또 대규모 예외를 결정했다.
미국 관세국경보호국(CBP)은 지난 11일 홈페이지를 통해 ‘특정 물품의 상호관세 제외 안내’를 공지했다. 제외 대상은 컴퓨터 및 데이터 처리 장비, 컴퓨터부품(그래픽처리장치 관련 부품 등), 반도체 제조 장비, 스마트폰 및 통신장비, 반도체 소자 및 집적 회로 등 20개 항목이다. 2일 상호관세 발표 당시 예외 대상으로 공시한 반도체 칩 관련 항목과 함께 스마트폰, 노트북 등이 새로 포함됐다. 이 조치는 5일 0시 이후 수입분부터 소급 적용된다.

제러드 디피포 랜드중국연구센터 부소장은 “미국의 관세장벽에 큰 구멍을 내는 것”이라면서도 “애플 같은 기업과 소비자들이 가격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외조치를 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애플 등 미국 빅테크의 로비가 상당한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크다. 상호관세 발표 후 애플 주가는 크게 출렁였다. 애플은 아이폰의 87%, 아이패드의 80%, 맥 노트북의 약 60%를 중국에서 생산 중이다. 145%에 달하는 고율 관세가 그대로 적용되면 아이폰 가격이 2~3배로 뛰어오를 수도 있다. 시장 불안이 커지면서 애플은 불과 며칠 사이에 시가총액이 7000억달러 줄고, 가격 인상을 우려한 소비자들이 매장에 몰리는 등 혼란이 심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 1기 정부에서도 중국산 애플 제품에 대해 통상법 301조 관세(25%) 적용 면제를 받아내는 등 트럼프와 협력해 관세를 무마시킨 경험이 있다. 다만 이번에 예외 조치된 것은 상호관세이며 중국에 부과한 펜타닐 관세(20%)는 그대로 적용된다. 여기에 스마트폰, 노트북 등 전자제품은 한 달 내에 발표될 반도체 관세와 동일한 품목 관세의 적용을 추가로 받는다는 게 미 상무부의 설명이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13일 인터뷰에서 “이런 모든 제품은 반도체 제품에 속하게 될 것”이라며 “이 제품들이 안심하고 사용될 수 있도록 특별하게 집중된 유형의 관세가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트닉 장관은 “컴퓨터, 노트북과 스마트폰이 일시적으로 면제되지만 한 달 정도 뒤에 다른 형태로 다시 부과될 것이라는 의미인가”라는 질의에 “맞다. 반도체와 의약품은 미국 내 생산을 장려하기 위한 관세 모델이 적용될 것”이라고 거듭 확인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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