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별 연체율도 올 들어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인천, 강원, 경북, 부산, 제주 등의 올 1월 가계대출 연체율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특히 제주는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도는 1.19%를 기록했다. 불과 2019~2021년만 해도 0.3% 안팎을 유지하던 연체율이 2023년부터 가파르게 뛰었다. 코로나19 이후 무너진 지역 경제를 지지하던 정책 자금이 축소되자 연체가 급증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제주를 찾는 관광객의 소비가 줄고 청·장년층 인구가 급감하면서 대출 연체율은 물론 폐업자 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인구 감소로 골머리를 앓는 부산도 상황은 비슷하다. 인구 소멸과 함께 최악의 부동산 경기 침체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올해 신규 분양이 감소했지만, 미분양 주택은 4565가구로 되레 늘었다. 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부산 전체 빈집은 11만4245가구로 7대 특별·광역시 가운데 가장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줄어든 소비에 한계에 내몰린 소상공인이 속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 집계 결과 올해 1~2월 부산 지역 소상공인에게 지급된 폐업 공제금(노란우산 공제금)은 2007년 이후 가장 많았다.
산적한 악재에 은행 연체율은 지난 1년 새 0.32%에서 0.45%로 올랐다. 대구(0.50%), 광주(0.58%), 전북(0.76%) 등도 역대급 연체율을 기록했다. 한 시중은행 여신 담당 부행장은 “소비 침체, 건설업 부진, 인구 유출 등 부정적 요소가 수두룩한 상황에서 연체율이 꺾이지 않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은행마다 담당자들이 모니터링하고 있는 상·매각 이전 연체율은 드러난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며 “호실적을 바탕으로 부실채권을 떨어내고 있지만 실제 은행 내부의 위기감이 상당하다”고 털어놨다. iM금융(옛 DGB금융)과 JB금융의 연체율은 최근 2년 새 0.61%에서 1.34%, 0.58%에서 1.13%로 각각 상승했다.
금융권에선 무너진 지역 경제를 되살리지 못하면 전국 가계대출 연체율이 계속 급등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빚에 짓눌린 서민을 위한 발 빠른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연체율 상승은 금융회사들의 건전성 악화는 물론 지역 경제의 추가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 차원의 종합 대응 방안을 검토해야 할 때”라고 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