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인공지능(AI) 칩의 중국 수출을 통제한 데 이어 중국 기업을 뉴욕증시에서 상장폐지하는 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AI굴기에 필수적인 첨단 기술과 자본을 제한하고, 동맹국에 중국과 거래를 끊도록 압박하는 등 전방위 고립 전략을 통해 중국을 협상장으로 끌어들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H20 수출을 통제하면 중국에서 AI 모델을 개발하는 비용이 약 3~6% 증가한다고 추산했다. 엔비디아는 120억달러(약 17조원) 규모 손실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H20 칩 수출 통제가 중국의 AI 기술 발전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라면 중국 기업의 뉴욕증시 상장폐지는 기술기업의 자금줄을 끊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이날 폴리티코는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이 미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을 상장폐지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에 따르면 지난달 미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은 286개로 시가총액은 1조1000억달러(약 1569조원) 규모다.
중국 기업들은 2018년 미·중 무역전쟁 이후 미국이 대중 관세율을 높이자 베트남 멕시코 등으로 수출 경로를 다변화하고 있다. 만약 미국이 협상을 통해 이들 국가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를 낮추면 높은 대중 관세율이 무력화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대중 관세율 145%가 실효를 거두려면 중국 물건이 다른 나라를 통해 미국으로 들어오는 걸 막아야 하고, 이를 위해선 다른 나라의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정부는 아직 미국으로부터 구체적인 요청을 받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이 이같이 제안한다면 한국은 난감한 양자택일 상황에 놓인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한국의 가치 사슬이 중국과 얽힌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며 “중국(시장)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은 각각 지난해 한국 수출총액의 18.7%, 19.5%를 차지했다.
미국의 관련 요구가 얼마나 구체적인지 따져본 뒤 협상에 임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중국산 물건을 사지 말라는 등의 극단적인 요구일지, 중국산 ‘택갈이’를 방지하기 위해 원산지 규정을 강화하라는 등 제도 정비에 관한 주문일지 현재로선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김인엽/김리안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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