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계에선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대출을 옥죄면서 이 같은 시장 왜곡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 실제 전북은행의 2월 예대금리 차는 역대 최대치인 6.39%포인트였다. 제주은행 역시 6개월 새 예대금리 차가 두 배 넘게 치솟으며 사상 최고 수준(2.16%포인트)으로 뛰었다.
주요 은행(5대 은행 및 지방은행)은 올 들어 대출금리가 0.08%포인트 하락하는 동안 예금금리는 0.23%포인트 낮아졌다. 대출금리보다 예금금리가 세 배가량 더 빠진 것이다.
이자이익에 힘입어 KB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금융지주는 올해 연간 순이익 17조6197억원(증권사 추정치 평균)을 거뒀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작년(16조5268억원)보다 6.6% 증가한 규모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연간 순이익 5조원 시대를 연 KB금융은 올해 순이익 5조4151억원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금융 역시 5조원에 육박(4조9324억원)하는 실적을 달성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1분기에 주춤한 하나금융(3조9039억원), 우리금융(3조957억원)도 전년 대비 연간 이익이 소폭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은행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사이 대출금리 인하가 더뎌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만 커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때문에 새 정부 출범 이후 금융권을 향한 상생 압박이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어떤 후보가 당선되든 금융권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최근 은행들이 이자 장사 논란과 내부통제 실패 등으로 사회적 반감을 사고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대선 정국이 본격화하자 은행을 향한 정치권 압박도 가시화하고 있다. 1월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이어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달 9일 은행장을 소집해 ‘소상공인 지원 방안’ 등을 논의했다. 과거 민주당이 추진한 횡재세(초과 이익 환수)가 다시 검토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박재원/장현주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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