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SNS를 둘러보면 비슷한 그림체의 프로필 사진(프사)이 넘쳐난다. 챗GPT-4o 등 생성형 인공지능(GAI)을 통해 구현된 지브리 스타일의 이미지들이다. 서정적인 색감의 일러스트가 인기를 끌며 말 그대로 SNS를 도배하고 있다.오픈AI는 지난달 말 ‘챗GPT-4o 이미지 생성’ 기능을 선보였고, 한국에서 역대 최대 하루 매출 기록을 세웠다. 챗GPT 신규 한국 가입자도 최근 한 달간 두 배 늘었다고 한다. SNS를 타고 퍼진 지브리 열풍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게 오픈AI의 자체 평가다. 남 하는 건 꼭 따라 해야 직성이 풀리는 한국인의 유별난 집단성이 다시 한번 입증된 셈이다.
SNS에 매몰된 현대적 군중심리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군중심리는 다수가 선택한 것이 나에게도 유리할 것이란 막연한 믿음에서 비롯된다. 조각난 단편적 사실의 타당성을 따지기보다 단순히 많은 사람이 한다는 이유로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경향이다. SNS 프사 한 장 바꾸는 게 무슨 대수냐고 하겠지만 이런 심리가 소비와 문화를 넘어 공동 사회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사회·정치적 선택으로까지 이어진다면 문제는 커진다.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이라는 우리 사회의 격변 과정에서 군중의 흐려진 판단력은 돌이킬 수 없는 역사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정치는 정답을 미리 정해놓고 맞춰가는 단순한 일이 아니다.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사회 구성원이 얼키설키 얽혀 있는 갈등을 서로 조율하며 신뢰의 성을 쌓아가는 복잡다단한 과정이다. 이젠 언론에서조차 아무렇지 않게 반복 노출·전염되는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 같은 표현은 무의식적 선택을 조장하는 위험한 정치 선동 프레임이나 다름없다. 여론조사 수치나 기획된 정보만 보고 결과를 예단하는 순간, 민주주의는 설 자리를 잃는다.
4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는 그 어느 선거보다 치열한 온라인 여론의 전장이 될 것이다. 진정한 자유민주주의는 비판적 사고와 자율적 판단 위에서 피어난다. 출처마저 불명확한 여론에 휩쓸리기보다 균형 잡힌 시선으로 나만의 ‘정치 프사’를 만들어야 할 때다. 결과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정해진 미래도, 정해진 승리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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