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전자를 자르고 붙여 병을 치료하는 유전자 편집, 간단한 약물로 나이를 되돌리는 역노화, 생각만으로 사물을 조정하는 뇌 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지난 15~17일 사흘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아부다비글로벌헬스위크(ADGHW)에는 이런 ‘건강 수명 연장’ 연구의 최전선에 있는 글로벌 의·과학자들이 대거 참가했다. 이들에게 아부다비는 혁신 기술을 시험해보는 ‘테스트베드’가 됐다. 유전체 데이터와 병원 진료 기록, 활동 정보 등을 통합한 빅데이터를 구축한 데다 인공지능(AI)을 접목하는 시도가 사회 전반에서 활발하게 이뤄져서다.

에미라티 게놈 프로그램을 맡은 아부다비 바이오기업 M42는 이번 행사에서 가장 큰 부스를 차리고 세계 90개국 1만5000여 명의 관람객에게 기술력을 알렸다. 2022년 아부다비 국부펀드 무바달라가 세운 M42는 제대혈 10만 건과 생체 검체 500만 건을 저장할 수 있는 초대형 바이오뱅크를 가동하고 있다. 이곳엔 이미 90만 건의 혈액샘플 등이 저장됐다. 땅 밑에 묻힌 ‘블랙 오일’을 넘어 미래 국부를 책임질 새 ‘레드 오일’이 사막의 땅 위에 쌓이고 있다는 의미다.
아부다비 보건당국은 평균 수명과 건강 수명 간 격차에 주목하고 있다. 2022년 세계 인구 평균 수명은 73.6세, 건강 수명은 64.8세다. 생애 마지막 8.8년가량은 질병 등을 앓으며 여생을 보냈다는 의미다. 2050년엔 이 격차가 10.7년으로 더 벌어진다.
격차 해소를 위한 해법은 결국 ‘기술’이다. 미국 바이오인텔리센스의 제임스 물트 최고경영자(CEO)는 웨어러블 기기와 원격의료 등이 결합하면 건강 수명을 연장하고 의료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 회사는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하루 최대 1440개 생체 지표를 측정해 모니터링하는 ‘바이오버튼’의 시판 허가를 받았다. 마이크 커티스 이지네시스 CEO는 “특정한 질병 유전자를 비활성화하는 유전자 편집 기술이 건강 수명 연장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움직이지 못하던 환자가 20분짜리 시술을 받은 뒤 생각만으로 아마존 알렉사와 소통하고 집안 조명을 켤 수 있게 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싱크론은 아부다비에서 추가 임상시험 등을 진행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아부다비=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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