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창하오(非常好·훌륭해)!” “자유(加油·힘내)!”
지난 19일 오전 7시30분 중국 베이징 중심가에서 동남쪽으로 약 20㎞ 떨어진 이좡 경제기술개발지구. ‘중국판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이곳에선 연신 탄성이 터져 나왔다. 세계 최초로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마라톤 대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출발선 앞에서는 시민 9000여 명과 휴머노이드 로봇 21대가 몸을 풀기 시작했다.
대회는 일반 참가자와 로봇, 두 개 트랙에서 진행됐다. 일반 선수가 먼저 출발선을 나선 뒤 로봇들도 1~2분 간격으로 한 대씩 연이어 달리기 시작했다. 로봇 옆에는 길잡이와 로봇 조종을 담당하는 엔지니어 2~3명이 따라붙었다. 구경 온 한 베이징 시민은 “로봇이 하프마라톤을 완주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세계에 중국의 기술 수준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그 순간을 같이하고 싶어서 새벽부터 나와 응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봇들은 출발선인 난하이쯔공원 남문에서 결승선인 퉁밍호정보센터까지 21.0975㎞, 하프코스를 달렸다. 코스에는 직선뿐 아니라 좌·우회전 도로와 경사로 등이 포함돼 로봇의 환경 적응력을 살필 수 있었다. 제한 시간은 3시간30분이었으며, 중간에 로봇을 바꿔 계주 형태로 달려도 무방했다. 코스 중간중간에는 로봇과 배터리 교체를 위한 별도 공간도 마련됐다. 배터리를 교체할 때 소요된 시간도 모두 경기 기록에 포함됐다.
대회에 참가한 로봇은 베이징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센터가 개발한 톈궁을 비롯해 유니트리의 G1, 베이징과학기술대의 작은 거인(小巨人) 등이다. 로봇들은 대개 2족 보행 구조였지만 무게와 주행 능력은 각기 달랐다.
탕지안 베이징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센터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긴 다리와 인간의 마라톤 주법을 모방할 수 있는 알고리즘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로봇 교체 없이 배터리 교체만으로 완주했다는 점에서 독보적”이라고 설명했다. 베이징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센터는 중국 국유기업이 지분 43%를 보유하고 있으며, 샤오미의 로봇 부문과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유비테크가 나머지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21개 로봇 중 제한 시간에 결승선을 통과한 로봇은 톈궁이 유일했다. 쑹옌파워가 개발한 N2 등 5개 로봇은 3시간30분은 넘겼지만 완주에 성공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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