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전문가들의 진단은 이런 낙관적 판단과 거리가 있다. 과도하게 누적된 가계부채와 인구 고령화 등으로 내수 불황이 장기화할 조짐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중국 혁신 기업 사이에 끼여 고전하는 한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도 문제점으로 지목했다. 한은 부총재 출신인 이승헌 숭실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제대로 개혁하지 못하면 장기 저성장이 고착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경제 심리 회복이 지연됐고 건설 경기가 예상보다 부진했으며 대형 산불과 고속도로 교량 붕괴사고 등으로 소비와 투자가 더 위축됐다고 분석했다.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가속기 발열 문제로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주가 미뤄진 영향도 거론했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이런 악재들이 2분기부터 정상화하면 성장률에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라며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 불확실성이 걷히고 새 정부 들어 추가경정예산 집행이 본격화하면 성장률은 올라간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이런 저성장 국면은 과거 대규모 경제·금융 위기 때도 경험하지 못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엔 세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한 후 네 번째 분기(1998년 3분기)에 2% 고성장을 기록했다. 2003년 신용카드 대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사태 당시에도 성장률은 한두 분기 뒷걸음질한 뒤 큰 폭으로 반등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한국 경제의 활력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다”(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고 입을 모았다. 고령화와 가계부채로 중산층 소비 여력이 빠른 속도로 줄고, 경쟁 심화로 자영업과 소상공인의 실질 소득도 감소하고 있어서다.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하는 한국 기업 경쟁력이 후퇴하고 있는 것도 구조적 문제점으로 여겨진다.
한은도 이런 구조적 문제를 인정하고 있다. 이 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가계부채 증가와 고령화로 소비가 둔화하는 점을 거론하면서 “내수가 과거처럼 성장에 제대로 기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현재 상황을 경기침체 초입기로 보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침체는 일반적으로 분기 GDP 증가율이 두 분기 또는 세 분기 연속 역성장하는 경우를 말한다”면서도 “우리나라 잠재성장률(1.8%) 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성장률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미 경기침체가 시작됐을 가능성도 의심해야 한다”고 했다.
좌동욱/김익환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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