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K2 전차 군단이 2022년 폴란드에서 1000대 수출계약을 따낸 건 이례적인 일이었다. 전차 최강국인 독일의 홈그라운드나 마찬가지인 유럽연합(EU) 회원국 시장에서 독일 레오파르트2 전차를 꺾었기 때문이다.
이유는 명확했다. K2가 레오파르트2보다 10t 가까이 가볍고 속도와 정속성에서 압도적인 성능을 냈다. 가격은 레오파르트2의 절반 수준이고 인도 시기도 3년 이상 빨랐다.

삼양컴텍이 K2에 넣은 방탄 세라믹은 전체 두께의 40%를 차지한다. 기존 강철판인 균질압연장갑보다 2~3배 단단하면서도 밀도는 40%에 불과해 더 가볍다. 방탄 세라믹 재료는 모래의 주성분인 규소와 탄소에 열을 가해 만드는 탄화규소 알갱이다. 이 알갱이에 2000도 이상의 열과 150t 이상의 압력을 가한 뒤 공업용 다이아몬드로 가공하면 정육각형 방탄 세라믹 타일이 완성된다.
간단해 보이지만 삼양컴텍 연구진이 7년간 수천 번의 실패를 거듭한 끝에 연마한 기술이다. 방탄 세라믹을 균질하게 만들려면 ‘최상의 조합’을 찾아야 한다. 탄화규소와 각종 화합물의 배합 비율뿐 아니라 온도와 압력, 열을 가하는 시간 등에서 오차가 있으면 안 된다. 이렇게 완성된 K2 장갑은 가장 강력하다고 평가받는 한국산 날개안정분리철갑탄(K279)도 뚫을 수 없다. 이 정도의 장갑을 생산할 수 있는 국가는 미국과 독일, 프랑스 정도다. 김 대표는 “소재 제작부터 가공, 장갑, 용접까지 모두 담당하는 회사는 세계에 우리밖에 없다”고 했다.
삼양컴텍은 납기를 당기기 위해 경북 구미에 대규모 공장을 신설해 장갑 생산능력을 1년 만에 5배로 늘렸다. 2023년 11월 구미공장을 가동한 것을 고려하면 본격 생산이 시작된 지 1년 반 만에 100대 이상을 납품한 것이다. 김 대표는 “한국은 북한과 맞서고 있어 생산능력이 유지돼 왔지만 냉전 종식 이후 사실상 생산을 중단한 독일이 대규모 생산체제를 갖추려면 5년은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K2와 천무 수출 덕에 이 회사 매출은 2021년 448억원에서 지난해 1416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김 대표는 “방탄 세라믹의 성능 개량형과 차세대 장갑을 개발하기 위해 신소재를 연구 중”이라며 “더 가볍고 경도가 높은 방탄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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