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 28일 16:0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오름테라퓨틱이 신규 상장 2개월 만에 핵심 신약후보물질(파이프라인)인 유방암 치료제 ‘ORM-5029’의 미국 임상 1상을 자진 중단했다. 공모 기간에 미국 임상 1상에서 이상사례(SAE)가 발생했던 물질이다.
다만 회사와 주관사가 기업가치 산정 과정에서 해당 파이프라인과 관련된 매출을 제외했던 만큼 과거 기술특례 상장사의 허위 공시 논란에서는 비교적 자유로울 전망이다.
오름테라퓨틱은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및 기타 HER2 과발현 악성종양 치료제인 ‘ORM-5029’의 임상 시험을 자진 중단한다고 28일 공시했다.
오름테라퓨틱은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명확한 위험-이익(risk-benefit) 프로파일을 갖춘 치료제를 개발하려는 회사의 의지를 반영한 결정”이라며 “회사의 독자적 플랫폼 기반 차세대 파이프라인에 전략적으로 자원을 집중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올해 2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신약 개발회사다. 제약산업에서 주목받는 항체약물접합체(ADC) 기술에 질병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만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표적단백질분해제(TPD) 기술을 결합한 항체접합분해제(DAC)를 최초로 개발해 주목받았다.
지난해 9월 상장 예비 심사를 통과한 뒤 같은 해 10월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코스닥 시장 상장을 위한 공모 절차에 착수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유방암 치료제 ORM-5029 관련 미국 임상 1상에서 1명의 임상 참여자에서 중대한 이상 사례(SAE)가 발행해 신규 임상 참여자 모집을 중단했다.
당초 ORM-5029를 통해 2026년 추정 계약금은 2488억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여기에 성공확률 7.34%를 고려해 추정 매출 183억원을 기업가치 산정과정에 적용했다.
당시 오름테라퓨틱은 FDA와 논의를 거쳐 신규 환자 등록이 재개될 예정이라고 설명했지만, 논란이 거세지자 결국 공모를 중단했다.
이후 지난해 12월 다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다시 공모 절차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약 22% 하향 조정했다. ORM-5029과 관련된 매출을 기업가치 산정 과정에서 제외하면서다.
공모 구조를 바꾼 뒤에도 불확실성으로 인해 오름테라퓨틱는 IPO 흥행에 실패했다.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은 17대 1, 일반청약 경쟁률은 2대 1에 그쳤다.
그런데 오름테라퓨틱 주가는 상장 이후 저평가주라는 평가를 받으며 줄곧 공모가 2만원을 웃돌았다. 지난 2월20일에는 장중 4만225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상장한 지 2개월여 만에 핵심 파이프라인의 임상 자진 중단 소식이 전해지면서 오름테라퓨틱 주가는 하한가를 기록했다. 이날 오름테라퓨틱 주가는 30% 하락한 1만78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2월 14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이래 최저치다.
비록 상장 과정에서는 파이프라인의 가치를 기업가치에 반영하지 않았지만, 급작스러운 임상 중단에 분통을 터뜨리는 주주들이 적지 않다.
IB 업계 관계자는 “오름테라퓨틱은 최근에 상장한 바이오 종목 가운데 가장 우수한 주가 흐름을 보였던 곳”이라며 “이번 사태로 바이오 신규 상장사에 대한 인식은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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