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간) 치러진 캐나다 총선에서 마크 카니 총리가 이끄는 자유당이 승리해 집권 연장에 성공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캐나다에 대한 관세 부과 위협과 ‘미국의 51번째 주 편입’ 발언이 반미 정서를 자극해 자유당 집권에 힘을 보탰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다수당 지위를 확보하지 못해 향후 정국 불안의 가능성도 제기된다.
캐나다 공영 방송 CBC 등에 따르면 29일 오전 6시 기준 캐나다 총선에서 집권당 자유당이 전체 343석 중 154석을 확보해 야당인 보수당(131석 확보)을 누르고 원내 1당이 됐다. 이로써 자유당은 총선에서 집권 여당 유지(4연임)에 성공했다. 의원내각제인 캐나다는 집권당 대표가 총리가 되며, 별도 선거는 하지 않는다. 다만 자유당은 과반 의석(172석)을 차지하는 다수당 지위를 얻는 데 실패했다. 이에 따라 카니 총리가 집권해도 다른 소수 정당과 연정을 꾸리거나 협력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카니 총리는 이날 승리 연설에서 “우리는 미국의 배신이라는 충격을 극복했지만 그 교훈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라며 “미국과 캐나다의 옛 관계는 끝났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를 소유하기 위해 깨부수려 하지만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불과 3개월 전까지 캐나다 차기 총리로는 피에르 포일리에브르 보수당 대표가 유력했다. 심화하는 인플레이션과 주택 가격 상승 등으로 쥐스탱 트뤼도 전 총리 지지율이 하락해 지난해 전국 여론조사에서 보수당은 자유당을 20%포인트 이상 앞섰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캐나다 철강·알루미늄, 자동차 및 부품에 25%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하면서 여론이 급변했다. 자동차 및 부품은 석유·가스를 빼면 캐나다의 미국 수출품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해야 한다”고 주장해 캐나다 국민을 자극한 것도 영향을 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선거 시작 한 시간 전에도 트루스소셜에 “캐나다가 미국의 소중한 51번째 주가 돼 세금을 절반으로 줄이고, 무료로 군사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키울 수 있다”며 캐나다 국민을 자극했다. 여론조사 기관 앵거스리드연구소의 샤치 컬 소장은 “반(反)보수당 정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트뤼도 전 총리 사임 등이 중도 좌파 성향 유권자와 전통적인 자유당 지지자를 결집시켰다”고 짚었다.
향후 카니 총리는 미국과의 새로운 무역 질서 및 안보 관계 구축에 매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그는 오타와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독립 국가의 미래를 논의할 것”이라며 “캐나다는 에너지 초강대국이 될 것이고, 정부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카니 정부는 해결해야 할 자국 현안이 산적해 있다. 고물가와 주택 가격 상승, 이민자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자유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해 국정 운영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자유당은 2021년 총선에서도 단독 과반 확보에 실패해 강경 좌파 성향인 신민주당과 연정을 꾸렸다. 이번에도 자유당은 신민주당과 협력할 가능성이 높지만 신민주당 의석수가 이전보다 줄어든 점이 문제다. 신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4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는데 2021년 25석을 차지한 것에 비해 크게 후퇴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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