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30일 포괄임금제 재검토, 장기적 주 4일제 도입 등을 공약으로 제시하며 ‘노동계 끌어안기’에 나섰다. 지난 10일 대권 도전 선언 이후 ‘성장’을 전면에 내세우던 이 후보가 근로자의 날(5월 1일)을 앞두고 친노동 공약을 대거 쏟아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경제계에선 유력 대선 주자인 이 후보가 내세운 공약이 현실화하면 노동시장 경직성과 노사 갈등 심화 등 부작용이 나타날 것으로 우려했다.
이 후보는 또 “휴가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연차유급휴가 취득 요건을 완화하고, 사용하지 못한 휴가는 연차휴가 저축제도를 통해 3년 안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어 “과로사를 막고 실노동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이 후보는 노동계가 ‘공짜 노동’의 원인이라고 지목해 온 포괄임금제를 근본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는 “기존 임금 등 근로조건이 나빠지지 않도록 철저하게 보완하겠다”며 “사용자에게는 근로자의 실근로시간을 측정·기록하도록 의무화하겠다”고 공언했다.
포괄임금제는 근로시간을 구체적으로 계산하기 어려운 산업현장 현실을 감안해 관행적으로 운영되는 제도다. 법원은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 ‘당사자 간 합의가 있을 것’ ‘근로자에게 불리하지 않을 것’ 등을 조건으로 유효성을 인정하고 있다.
포괄임금제의 일종인 ‘고정 연장근로수당’(고정OT)은 기업 규모나 산업군에 관계없이 폭넓게 활용된다. 연장근로 시간을 계산하기 어려우면 근로자가 매월 약정한 시간(예컨대 월 15시간)을 연장근로한 것으로 보고 그만큼의 수당을 고정으로 지급하는 식이다.
이 후보가 이날 “기존 근로조건이 나빠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하면서 경제계에선 사실상 기업에 임금을 올리라고 주문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인건비 부담에 청년 채용이 줄어들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한 공인노무사는 “이 후보 공약대로 실근로시간 측정·기록이 의무화되면 기업의 감시, 통제가 강화돼 오히려 노사 갈등이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 본부장은 “포괄임금제를 일괄 폐지하기보다는 오·남용하는 사업장을 단속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그가 2100만 근로자의 표심을 겨냥한 정책을 내놓으면서 노동계가 주장해 온 정년 연장이 공약에 반영될지도 주목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노란봉투법’ 재추진도 관심을 모은다. 노란봉투법은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강현우/곽용희 기자
▶ 포괄임금제
여러 임금 항목을 포괄해 일정액을 지급하기로 하는 근로계약. 주로 연장·야간·휴일 등 연장근로 수당을 실제 근로시간과 관계없이 미리 정해둔 금액으로 지급하는 형태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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