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정책을 최대 성과로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출범 100일을 기념한 직후 ‘마이너스’ 경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전혀 없다” “관세로 대규모 일자리가 창출되고 있다”고 주장한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와 달리 실제 경영 현장에서는 무역 적자폭이 커지고 고용이 줄어드는 등 관세 충격파가 현실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미 상무부가 발표한 올 1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전체 GDP 증가율을 끌어내린 건 수입 급증이었다. 수출은 1.8% 증가하는 데 그쳤는데 수입은 41.3% 늘어나 순수출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상품 수입은 50.9%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수입 증가가 1분기 성장률을 5%포인트가량 낮췄다고 상무부는 설명했다.
정부 지출도 1분기 1.4% 감소하며 역성장에 기여했다. 특히 연방정부 지출이 5.1% 줄어들었다. 미국 경제를 떠받치는 개인소비는 1.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직전 분기 4% 대비 둔화했다.
다만 민간 투자는 설비 투자가 크게 늘면서 21.9% 급증했다. 관세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이 선제적으로 투자를 확대한 영향이다.
관세 여파로 소비자 및 기업의 경제 심리가 악화한 가운데 2분기에도 역성장을 이어가면 미국 경제는 기술적 경기 침체에 접어든다. 다만 1분기 지표만으로 경기 흐름을 읽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분기 GDP에는 관세 시행을 앞두고 재고 확보가 반영돼 왜곡이 있을 수 있다”며 “경제 충격을 과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2분기 수입이 줄면 성장률이 회복될 수 있다는 얘기다.
GDP 발표 후 1시간도 지나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역성장은 자신의 관세 때문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것은 (전 대통령인) 조 바이든의 주식시장이지 트럼프의 것이 아니다. 나는 1월 20일(취임일)까지 정권을 넘겨받지 않았다”고 썼다.
이어 “나쁜 숫자는 관세와는 무관하다”며 “바이든이 남긴 ‘잔재’를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또 “곧 관세가 본격 발효될 것이고 기업은 사상 최대 규모로 미국으로 이전하고 있다”며 “번영이 시작되면 이전에 없던 수준이 될 것이니 인내심을 가지라”고 말했다.
캐럴 톰 UPS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00년 동안 세계는 이처럼 막대한 잠재적 영향에 직면한 적이 없다”며 “관세가 주요 불확실성 요인으로 부상한 지금 비용 절감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미국 자산운용사 아폴로는 5월 중국발 미국행 컨테이너선 운행이 중단되고 6월 초부터 물류·소매업계에서 해고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물류뿐 아니라 제조·소매 업종으로 충격이 확산하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고 봤다.
한경제/임다연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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