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상품에 부과한 미국의 관세율이 145%까지 치솟았음에도 중국 펀드가 선방한 것은 정부의 강력한 내수 부양 기대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올해 ‘이구환신’ 규모를 전년 대비 두 배로 늘렸다. 이구환신은 노후 제품을 새 제품으로 교체하면 보조금을 지원하는 소비 진작 정책이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압박 수위가 높아질수록 추가 재정 지출을 늘려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방침이다.
중국 정부가 ‘증시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중양후이진 등 중국 국부펀드는 지난달 ETF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20조원 이상을 증시에 투입했다. 신승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주식시장 안정화가 공식 언급됐다”며 “중국 정부의 자산시장 부양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명확하다”고 말했다.
인도 펀드는 관세전쟁의 ‘피난처’로 부각돼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인도 상품에 부과한 미국의 관세율은 26%지만, 인도 경제는 수출이 아니라 내수 중심으로 꾸려져 영향이 제한적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미국 수출 비율은 2.3%로, 베트남(25%)과 멕시코(27%) 등 주요 신흥국과 비교해 미미한 수준이다.
관세전쟁 와중에 중국을 대체할 생산기지로도 인도는 주목받고 있다. 미국이 상호관세를 발표한 이후 애플은 아이폰 대체 생산지로 인도를 점찍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일 1분기 실적 발표에서 “2분기 미국에서 판매하는 아이폰의 대부분은 인도에서 생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애플은 미국 내 아이폰 수요 전부를 인도산으로 채우기 위해 인도 내 아이폰 생산량을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주요 빅테크는 1분기에도 높은 실적을 내며 외부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펀더멘털(기초체력)을 갖추고 있음을 증명했다”며 “관세전쟁에 따른 불확실성이 정점을 지나고 있는 만큼 저가 매수에 나서도 좋을 시점”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펀드가 반등할 기회를 잡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베트남은 미국이 중국 다음으로 높은 46%의 상호관세를 부과해 증시가 저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베트남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9배로, 과거 10년 평균인 13배에 크게 못 미치는 등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높아진 상태”라고 평가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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