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3일 수락 연설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세력의 집권을 막기 위해서라면 어떤 세력과도 강력한 연대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단일화 추진 의사를 재차 밝힌 것이다. 국민의힘은 선거대책위원회 내에 단일화를 위한 기구를 설치하기로 했다. 다만 김 후보 주변 인사 중 일부는 단일화에 소극적이어서 향후 과정이 순탄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지지하는 이들이 주로 김 후보에게 표를 줬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후보는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가운데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김 후보는 ‘김덕수’(김문수와 한덕수를 더한 조어)라는 표현까지 썼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홍준표 후보가 패배한 것은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라며 “홍 후보가 패한 이후 반탄(탄핵 반대)파 표심이 쏠리면서 김 후보가 대선 후보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수락 연설에서도 “국민과 우리 당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절차와 방식으로 (단일화를) 추진하겠다”며 재차 단일화 의지를 밝혔다.
국민의힘은 당 선대위 내에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추진을 위한 기구를 별도로 설치해 본격 협상에 나서겠다고 했다. 당내에선 두 후보 간 단일화 1차 마지노선으로 공보물 인쇄 발주 시한인 오는 7일이 거론된다. 공보물 인쇄에 따른 금전적 손해를 감수한다면 대선 후보 등록 마지막 날인 11일까지 단일화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최종 후보가 ‘기호 2번’을 달고 출마할 수 있다.
당내 일각에서는 김 후보가 당무우선권을 쥐면서 시간 끌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국민의힘 당헌상 대통령 선거 후보자는 선출된 날부터 대통령 선거일까지 당무 전반에 관한 모든 권한을 우선해서 가진다. 단일화 방식 등에 관한 의사 결정에 김 후보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몸값 높이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 가능성이 높게 전망되는 가운데 조사 범위 및 방식을 두고 양측의 첨예한 신경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
김 후보와 한 전 총리는 부처님오신날인 5일 조계사에서 열리는 봉축법요식에 함께 참석한다. 김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 주자로 최종 확정되고, 한 전 총리가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후 두 후보가 공개적으로 대면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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