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한국, 파이널 라운드의 카운트다운을 시작합니다.”
4일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GC 1번홀(파4), 홀을 가득 메운 수백 명의 갤러리가 장내 아나운서의 진행에 맞춰 “5, 4, 3, 2, 1”을 외쳤다. 폭죽과 함께 LIV골프코리아(총상금 2500만달러) 최종 라운드가 시작됐다.
젊음과 파격을 앞세운 LIV골프가 한국에 데뷔했다. 이날 최종 3라운드에 1만5000여 명(주최 측 추산)이 찾으며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승은 최종 합계 19언더파를 친 브라이슨 디섐보(32·미국)가 차지했다.
전통적인 매너를 강조하는 기존 골프대회와 달리 경기 내내 파티 같은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이색적이다. LIV골프는 대회 전체가 거대한 ‘골프 해방구’ 콘셉트로 진행된다. 장내 아나운서의 진행, 전문 DJ의 선곡은 코스 전체를 하나의 클럽으로 만들었다. 이날 8번홀 팬스테이지에서 만난 프로골퍼 유현주는 “분위기가 정말 최고다. 이런 대회에서 뛰고 싶다”며 “친구들과 명랑골프를 치는 기분으로 신나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갤러리들의 연령 역시 일반 골프대회에 비해 확연히 낮았다. 스콧 오닐 LIV골프 최고경영자(CEO)는 한국경제신문 인터뷰에서 “장년층 남성이 주로 보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비해 LIV골프 이용자는 평균 연령이 15세 이상 어리고 여성 비율이 40%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한국에서 처음 열린 이번 대회에는 20~30대 골프팬이 적극 호응했다. 디섐보, 필 미컬슨(미국) 등 세계 정상급 스타를 가까이서 보기 위해 팬들은 이른 아침부터 현장을 찾아 드라이빙 레인지와 연습그린에서 선수들이 몸을 푸는 모습을 지켜봤다. 대회 종료 뒤 이어진 K팝 콘서트 역시 젊은 골프팬의 발길을 이끄는 흥행 카드가 됐다.
신나는 음악에 몸을 맡기며 파티를 즐기는 팬은 많지 않았다. “한국 팬들에게는 아직 낯선 분위기”라는 평가와 “첫 대회인데 이 정도면 성공적이다. 몇 차례 이어지면 세계 어디 못지않은 흥겨운 현장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기대가 함께 나왔다.
선수들의 팬서비스도 남달랐다. 이날 챔피언조로 마지막에 1번홀 티잉구역에 들어선 디섐보는 티샷을 하기 직전까지 팬들의 사인 요청에 응했고, 홀 사이를 이동할 때도 팬들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그는 “나는 골프선수이자 엔터테이너다. 팬들이 골프를 더 사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나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샷건 방식으로 인해 선수들의 플레이를 하나하나 즐기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왔다. 샷건 방식은 FI 레이싱대회 같은 박진감을 살리기 위해 도입됐다. 서울 마포에서 온 김시영 씨는 “라운지에서 선수들의 경기를 감상했는데 다소 산만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중계로 경기를 본 시청자 역시 “혼란스럽다”는 평가가 많았다.
승부는 16번과 17번홀에서 갈렸다. 공동 선두를 지키던 하웰 3세가 16번홀(파4)에서 보기를 범하며 주춤한 사이 디섐보가 17번홀(파3)에서 버디를 잡으며 2타 차로 달아났다. 18번홀에서 티샷이 해저드 바로 옆에 떨어지는 위기를 겪었지만 그린에 안전하게 올려 버디를 잡아 시즌 첫승을 완성했다.
디섐보는 개인전 상금 400만달러(약 56억1000만원)를 받았다. 크러셔GC가 팀전 우승까지 따내며 75만달러(약 10억5000만원)를 추가해 475만달러(약 66억6000만원)를 벌었다.
인천=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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