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5일 처음 대면했다. 한 후보는 이날 곧바로 만날 것을 제안했으나 김 후보는 즉답을 피했다. 보수 진영의 단일화 논의가 첫발을 뗐지만, 두 후보 간 기싸움에 당 지도부까지 가세하면서 초반부터 삐걱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 후보는 이날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 나란히 참석했다. 한 후보는 행사 후 “김 후보에게 ‘오늘 중으로 편한 시간에 편한 장소에서 만나자’고 세 번쯤 말했다”며 “(김 후보가) 확실한 대답은 안 했고, ‘네’ 정도로 답했다”고 전했다. 반면 김 후보 측은 같은 날 공지에서 “곧 다시 만나자는 덕담이 오갔다”고 했지만 회동 일정을 잡지 않았다.
협상이 지지부진해지자 당 지도부는 이날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양자 간 신속한 단일화를 압박했다. 압력이 이어지자 김 후보 측은 “(경선 승리 후) 3일 안에 일방적으로 단일화를 진행하라고 요구하면서 대통령 후보 당무 협조를 거부한 점에는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지도부 "경선때 한 약속 지켜야"
한밤 김문수 찾아가 직접 설득도

지도부는 후보 등록 시작일(10일) 전날인 9일까지는 양자 간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반면 김 후보 측은 당 공식 후보가 압력에 등 떠밀리듯 단일화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김 후보는 경선 승리 직후 김 후보 캠프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은 장동혁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지명했다. 그러나 이날 당은 이양수 사무총장이 유임한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입장문에서 “대통령 후보가 선출된 직후부터 지금까지 지속돼온 당무 우선권 침해 행위는 즉시 중단돼야 한다”며 “당무 우선권을 방해해서는 안 되며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당헌 74조는 대통령 후보자는 선출된 날부터 대선일까지 당무 전반에 관한 모든 권한을 우선해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사무총장은 “당무 우선권이라고 표현돼 있지만, 어느 법을 준용하더라도 후보자의 전권을 인정하는 경우는 없다”며 “김 후보 측은 당헌당규 위에 군림하려는 행위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원들도 다급해졌다. 당 4선 의원(김도읍 김상훈 박덕흠 윤영석 이종배 이헌승 한기호)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각자 생각이 서로 다르다고 해도 힘을 모으는 것이 먼저이며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이면 이번 대선은 필패”라고 했다. 의원들의 온라인 단체대화방에서도 “사심으로 딴짓하면 저는 결단하겠다” “분열은 필패” 등의 의견이 나왔다.
이날 한 후보는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만찬 회동을 하고 ‘개헌 빅텐트’ 성사 의지를 거듭 밝혔다. 6일에는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과 오찬을 하는 등 범보수 진영 단일화 행보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정소람/박주연/안시욱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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