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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유 텔레그라프’, 남부 론의 재발견[김동식의 와인 랩소디]

입력 2025-05-12 08:25   수정 2025-05-12 08:26

김동식의 와인 랩소디 <44>



19세기 초반 프랑스 혁명정부의 기간통신망은 텔레그라프(당시 세마포어 통신기)였다. 긴 막대에 연결된 신호봉을 통해 긴급 상황을 전달했다. 연기와 횃불에 의존한 ‘봉화’와 달리 문장 구성이 가능해 프랑스는 물론 유럽 전역으로 퍼지면서 통신 혁명을 일으켰다.

망루 형태의 이 장치는 최고 25km 간격으로 전국에 세워졌으며 파리 중앙정부까지 1시간 내 내용 전달이 가능했다. 1821년 남부 론 ‘샤토네프 뒤 파프( Châteauneuf-du-Pape, 이하 CDP)’의 라 크로(la Crau) 언덕에도 통신탑이 설치됐다. 해발고도 127m, 주변에서 가장 높고 풍광 좋은 곳이다.

그러나 이후 모스 전신기가 등장하면서 구형 통신탑은 무용지물로 방치됐다. 70여 년이 지난 1891년 앙리 브루니에(Henri Brunier)는 통신탑 주변의 울창한 숲과 자갈 투성이 토지 1헥타르를 매입했다. 브루니에 가문의 ‘와인 역사’ 서막이 열렸다.

1915년 땅을 상속받은 2대 이폴리트(Hippolyte)는 본격적으로 포도밭을 일구기 시작했다. 특히 3대 쥘(Jules)은 도메인 이름을 ‘비유 텔레그라프(Vieux Telegraphe, 오래된 전신탑)’로 명명했다. 마케팅 측면에서 보면 선견지명이었다. 포도 밭 면적도 17헥타르까지 확장했다.

이어 앙리 2세(4대)는 도메인 부지를 55헥타르로 늘렸으며 두 아들(5대)에게 물려줬다. 현재는 2015년에 합류한 니콜라((Nicolas, 6대)와 그의 사촌형제 2명이 ‘CDP 와인 명가’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월 니콜라 비유 텔레그라프 CEO가 서울을 찾았다. 한국 방문이 처음이라는 그는 CDP 레드 와인 3개 시리즈와 화이트 와인 등 모두 다섯 종류의 테이스팅 행사를 진행했다.

니콜라는 도메인 최대 경쟁력으로 ‘다양성과 순수성’을 꼽았다. “CDP 와인은 그르나슈를 기본으로 13개 포도 품종을 섞어 양조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세상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맛과 향 역시 외부 요인보다 테루아에 의존하는 편이다. 최고 아로마 유지는 양조 기술이 아니라 테루아에서 나온다”고 잘라 말했다. 실제 비유 텔레그라프에서는 재활용 오크통이나 푸드르(6000리터 크기의 대형 오크통)를 사용한다.

그 외에도 ▲알코올 발효 후 긴 추출 시간 유지 ▲70년 이상 오래된 포도나무 사용 ▲3회에 걸친 포도 선별 작업 등 독특한 경쟁력과 양조 비결을 소개했다.

한편 이날 선보인 도메인 대표 와인인 ‘라 크로(2020)’의 맛과 향이 돋보였다. 먼저 짙은 루비 컬러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첫 모금에서 신선한 느낌과 검은 과일 향, 부드러움이 동시에 잡혔다.

‘보관만 잘하면 10년이 지나도 신선한 과일 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고 니콜라는 설명했다. 숙성용 와인임에 틀림없다. 그르나슈(65%) 품종을 베이스로 무베드르(15%), 시라(15%), 생소, 클레레트 등 여러 품종을 블렌딩했다.

반면 그르나슈 비율(80%)이 높은 ‘텔레그램(2021)’은 포도나무 줄기를 사용하지 않아 부드럽다. 타닌감도 약해 당장 마시기에 편하다. 특히 둥글둥글하고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다.

이어 포도 줄기를 사용한 ‘피에롱(2021)’에서는 짙은 장미와 약한 아카시아꽃 향이 잡혔다. 두 번째 잔에서는 니콜라 설명대로 다크 체리와 쌉싸름한 초콜릿 향을 잡을 수 있었다.

끝으로 나온 ‘라 크로 블랑(2023)’은 쉽게 표현하면 향은 소비뇽 블랑, 맛은 샤도네이다. 마무리 와인으로 좋을 듯하다. 당도는 높지 않지만 보디감이 좋기 때문이다. 클레레트(40%), 그르나슈 블랑 등 4개 품종을 블렌딩했다. 연간 생산량이 2만5000병에 불과해 접하기 어려운 와인.

김동식 와인칼럼니스트
juju433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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