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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국 회장 '오너 행세' 논란…또 흔들리는 한미약품 지배구조

입력 2025-05-13 08:19  

이 기사는 05월 13일 08:1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 이후 주 2회 정도 한미약품에 출근한다. 서울 방이동 한미약품 사옥 17층에 임종윤 전 대표이사가 쓰던 사무실을 집무실로 쓰고 있다. 신 회장은 임직원들로부터 원가, 매출구조, 인사, 구매 등 경영 전반에 관한 내용을 보고 받는다.

그는 한미약품과 한미사이언스의 등기이사다. 이사회 멤버지만 비상근직인 기타비상무이사를 맡고 있다. 지난해 6월 형제 측의 지지를 바탕으로 한미약품 임시주주총회에서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됐고, 같은 해 11월에는 한미약품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이사회에도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됐다. 당초 경영권 분쟁에서 형제(임종윤·임종훈 전 대표) 편에 섰던 신 회장이 모녀(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 편으로 돌아서면서 두 회사 기타비상무이사를 맡게 된 셈이다. 신 회장이 한미약품그룹 경영에 직접 개입하기 시작하면서 송 회장이 강조한 전문경영인 체제가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한다더니
13일 투자은행(IB) 및 제약 업계에 따르면 신 회장이 한미약품그룹 경영에 직접 나서고 있어 내부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올해 초 한미약품그룹은 모녀와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을 일단락하며 "오너 경영이 아닌 한국에 없던 선진적인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실제 오너 가족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제약업에 정통한 김재교 한미사이언스 대표·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를 전문경영인으로 앞세웠다. 그러나 두 달이 지난 현재, 회사는 예상과 전혀 다른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모녀 측에 섰던 신 회장은 사실상 회사 제반을 경영하고 있다는 게 회사 안팎의 증언이다. 신 회장의 입김이 거세지면서 임직원 사이에선 어디에 장단을 맞춰야할지 모르겠다는 분위기다. 한미약품 블라인드에서도 신 회장의 경영 활동에 대한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한미사이언스 전 고위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편을 얘기하고 한달만에 본인이 사실상 오너 경영을 하는 모양새여서 내부에서는 황당하다는 분위기"라며 "특정 주주가 회사 직접 경영에 나서는 지금 상황이 바로 지배구조 문제"라고 말했다. 다른 회사 관계자는 "개인 단일 최대주주인만큼 회사에 대한 지배력은 있을 수 있지만 분쟁 해소 과정을 돌이켜보면 직접 경영을 하는 건 상식적이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타비상무는 대부분 비상근으로 이사회를 통해서만 회사 관련 보고를 받을 수 있다. 공식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얘기다. 경영에 직접 개입할 경우 대표이사에 대한 월권으로도 간주될 수 있다.

신 회장은 개인 최대주주이지만 오너 수준의 지배력을 갖지 못했다. 그가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23.38% 남짓이다. 모녀와 형제 등 오너가의 지분을 합치면 30%가 넘는다. 4자연합(모녀·신 회장·라데팡스) 중에서도 신 회장을 제외한 3인이 25% 가량으로 신 회장보다 많다.

신 회장에게 제약산업 전문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신동국 회장이 이끄는 한양정밀은 제조·설비 공장일뿐 제약과는 관련이 없다. 같은 공장이라 할지라도 제약 공장에 필요한 전문성은 다르다.

신 회장은 공식 인터뷰, 소액주주들과의 면담 등에서 "오너 중심의 리더십을 내려놓고 이사회와 전문경영인 중심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수 차례 강조해왔다. 한국에 없었던 혁신적인 지배구조 체제를 만든다고 것이었다. 하지만 막상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되자 신 회장 자신이 사실상 오너처럼 행세하고 있다며 그간 시장에 이야기한 발언과 배치되는 행보라는 비판이 나온다.
"회사와 협력하는 것일 뿐" vs "자신의 조직 만드는 중"
신 회장은 창업주인 고(故) 임성기 회장의 고향·고교 후배로 창업주 가족과 30여년 인연을 맺어온 인물이다. 2020년 임 회장이 별세하면서 한미그룹은 상속세 재원 마련과 경영권 승계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자 캐스팅보트로 등장했다. 한미그룹 오너가에서는 지배구조 재편이 논의됐고 그 연장선으로 지난해 1월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은 그룹 간 통합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모녀 측과 형제 측의 입장 차가 갈리면서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이 본격화됐다.

송 회장·임 부회장 모녀가 한미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을 추진하고 임종윤·종훈 형제와 경영권을 놓고 다투면서 본격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당초 "형제가 경영해야 한다"고 하며 형제 편에 섰던 신 회장은 돌연 모녀 측으로 입장을 바꾸며 판세를 흔들었다. "독일 제약사 머크처럼 전문경영인 체제로 가야 한다"는 모녀의 생각에 동의한다는 이유를 앞세웠다. 신 회장은 그렇게 형제 측을 배신하고 모녀와 함께 3자 연합을 결성했고,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추가 획득하며 20% 가량의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여기에 사모펀드 라데팡스파트너스가 함께 ‘4자연합’을 구성하며 영향력을 행사했다.

모녀와 형제 간 불거진 경영권 분쟁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중심으로 갈등이 봉합된 것이다. 장남인 임종윤 사내이사가 자신의 지분을 4자연합 측에 팔고 차남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직에서 사임하면서 분쟁이 일단락됐다. 전문경영인 체제를 중심으로 갈등을 봉합하고 ‘더 나은 한미’를 위한 방향에 뜻을 모으게 되면서다. 한미그룹 관계자는 “4자연합은 누구 한 사람에게 힘이 쏠리지 않도록 하자는 데 뜻을 모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구도”라며 “신 회장의 지금 모습은 스스로 공언했던 선진 지배구조 체제의 취지를 시작부터 흔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내에서 비판 목소리가 커지자 신 회장은 과거 송영숙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신동국 회장을 중심으로 전문 경영인 체제를 갖추겠다"고 언급했던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 운영은 김재교·박재현 대표가 맡고 있으며 나를 중심으로 필요한 부분에 대해 조언하고 협력하라는 취지"라는 게 그의 입장이다. 그는 “전문경영인 체제라는 것은 경영 책임과 조직 운영을 맡기되, 주주이자 대주주로서 회사가 잘 되도록 협력하는 것"이라며 “4자연합을 대표하는 위치에서 회사의 안정적 운영을 돕고 있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시장에서는 신 회장이 송 회장의 취지를 왜곡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당시 송 회장의 말은 대주주가 전문경영인을 뒤에서 지원·견제·감독을 해야한다는 의미이지 직접 경영을 하라는 취지는 아니라는 얘기다. 한미사이언스 관계자는 "지금 문제가 되는 부분 중 하나가 신 회장이 회사 인사에 깊게 개입한다는 점"이라며 "이는 (전문경영인을) 도와주는게 아니라 자신의 조직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라고 우려를 내비쳤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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