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행정명령에 따른 의약품 가격 인하는 미국 내 7000만 명이 대상인 고령층 건강보험 ‘메디케어’, 저소득층 건강보험 ‘메디케이드’ 등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수조달러를 절감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미국인 사이에서는 오래전부터 다른 선진국보다 비싼 약값에 불만이 컸다.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약값 인하 문제 해결에 관심을 기울였으나 제약업계 로비 등으로 대대적 개혁안은 마련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시절부터 제약업체의 부당한 가격 책정으로 미국 환자가 부담하는 약값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비싸다고 주장해왔다. 실제 미국 의약품 가격은 다른 고소득 국가보다 비싼 편이다. 미국 비영리재단 카이저가족재단(KFF) 자료에 따르면 당뇨병약 자디앙의 미국 내 가격은 지난해 기준 30일분에 611달러(약 85만원)로, 일본 35달러(약 4만9000원), 스위스 70달러(약 9만8000원)등과 비교해 훨씬 높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발표에서 제약업계 로비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약업체의) 정치 자금은 놀라운 일을 가능하게 하지만 나에게는 통하지 않고 공화당에도 마찬가지”라며 “우리는 옳은 일을 할 것이고, 이는 수년간 민주당이 싸워 쟁취하려 한 대상”이라고 했다.
그간 제약업계는 약값 인하 정책이 제약사의 혁신을 막고 연구개발(R&D) 투자 감소로 이어진다고 주장하며 홍보 캠페인을 벌여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제약사들은 오랫동안 (약값이 비싼 이유를) R&D 비용이라고 주장해왔고, 이 모든 비용에 아무런 이유 없이 미국 ‘호구들’이 전적으로 부담해온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번 조치 이후 백악관과 글로벌 제약업계 간 충돌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인 2020년에도 같은 취지로 MFN 방식의 약값 책정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하지만 당시 법원은 “연방정부가 외국 기준에 따라 약값을 책정할 권한이 없고, 이를 위해서는 의회 입법이 필요하다”며 행정명령 효력을 중단시켰다. 워싱턴포스트(WP)는 “월가 애널리스트와 전문가 등은 이번에도 트럼프 행정부 조치가 약값 인하에 성공할 것이라는 데 회의적인 입장”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약값 인하 행정명령에 서명할 계획이라는 것이 알려지자 이날 아시아 제약회사들의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날 일본 주가이제약 주가는 장중 10% 떨어지면서 지난 2월 이후 최대 낙폭을 보이고 다이이찌산쿄는 7.8% 하락했다. 홍콩증시에서는 중국 제약회사 베이진 주가가 장중 8.8%, 이노벤트바이오로직스가 6.4% 떨어졌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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