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1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발표한 협상 결과는 지난 수개월간의 미·중 관세 전쟁이 일단락됐음을 뜻한다. 양국은 ‘무역 단절’ 수준으로 끌어올린 초고율 관세를 낮추기로 했다. 미국은 펜타닐 관세 20%와 기본관세 10%만 남기기로 했고, 중국도 미국의 상호관세에 대한 보복으로 부과한 관세를 10%로 낮추기로 했다. 이 조치는 14일부터 최소 90일 이상 적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일 SNS에 양국이 “큰 진전을 이뤘다”며 “우호적이고 건설적인 방식으로 완전한 재설정 협상이 진행됐다”고 전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양국이 실제로 ‘빅딜’에 합의할 것이란 기대는 크지 않았다. 중국 측은 이번 회담에 임하는 과정에서도 협상을 가장한 협박에 결코 응하지 않겠다며 공격적인 태도를 보였다.반면 미국은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6일 스위스 회담 계획을 공개하면서도 중국을 자극하는 표현을 쓰지 않고, 관세라는 말조차 많이 사용하지 않으며 “이번 회담은 무역협상 자체보다 긴장 완화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틀간의 협상에서 양국은 예상보다 빠른 진전을 이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제네바에서 진행된 협상은 10일 10시간, 11일 수시간에 그쳤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1일 “우리가 얼마나 빨리 합의에 이르렀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것은 아마도 양국 간 차이가 생각한 것처럼 크지 않다는 것을 반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중국 측도 협상 뒤 만족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국 측 수석대표를 맡은 허리펑 부총리는 “양측은 통상·경제협의 메커니즘을 구축하기로 합의했으며 후속 논의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리청강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담판대표는 협상내용 공개 시점을 묻는 말에 “언제 발표해도 세계의 반응은 긍정적일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미국과 중국이 예상보다 빨리 협상 타결을 이룬 것은 양측 모두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은 관세 전쟁 후 국채값이 폭락(국채 금리 급등)하고 달러 가치가 약세를 보이는 등 시장 혼란이 커졌다.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중국도 미국 못지않게 상황이 심각했다. 가뜩이나 경기 침체 우려가 큰 상황에서 관세 전쟁으로 수출 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지난달 중국의 제조업황은 2023년 12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악화했다. 버트 호프만 싱가포르국립대 동아시아연구소 교수는 BBC방송에서 “중국은 협상이 없는 것보다는 협상이 있는 것이 낫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며 “실용적인 관점을 취하고 협상을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더욱 균형 잡힌 무역을 원하며, 양측 모두 이를 이루는 데 헌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쪽도 ‘디커플링’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높은 관세율을 전제로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을 예고한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은 더욱 완화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워싱턴=이상은/베이징=김은정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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