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일 서울 하월곡동의 한 슈퍼마켓에서 80대 A씨가 사과 다섯 개를 훔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튿날인 11일에도 동네 마트에서 곶감을 훔치던 80대 B씨가 경찰에 적발됐다. 종암경찰서 관계자는 “이들은 마땅한 직업 없이 홀로 생활하는 노인들로 생활고에 시달리다 범죄를 저질렀다”고 말했다.고령화와 경기 침체, 고물가 등의 영향으로 생계형 절도를 하는 노인이 늘고 있다. 지난해 검거된 절도범 네 명 중 한 명이 65세 이상 고령자로 집계될 정도로 ‘장발장 노인’이 증가하는 추세다.
13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절도 피의자는 2만6281명으로 2021년(1만8376명)에 비해 43%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절도범 검거 증가율(18.4%)과 비교해도 노인 절도범 증가세가 가파르다. 지난해 전체 절도범 검거 인원(10만1432명) 중 고령자 비중은 25.9%에 달했다.
노인 절도는 대부분이 식료품 등을 노린 생계형 범죄다. 지난달 종암서 경미범죄심사위원회에 넘겨진 여섯 건 중 세 건은 80세 이상 고령층의 생계형 절도였다. 경미범죄심사위원회는 경찰과 외부 위원이 경미한 범죄에 한정해 처벌 수위를 조절하는 제도를 말한다.
‘노인 장발장’은 전국적인 현상이다. 작년 11월 경남 창원시 진해의 한 마트에서는 78세 노인이 2000원짜리 단팥빵 두 개를 훔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올해 1월 부산에서는 마트에서 초코파이 한 통 등을 훔친 노인이 법정에 서기도 했다.
고물가가 빈곤에 허덕이는 노인들에게 생계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축산물 물가상승률은 4.8%, 수산물은 6.4%로 각각 33개월, 2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2023년 기준 38.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4.2%)의 약 세 배에 이른다. 전국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약 246만 명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의 41.3%를 차지한다.
전문가들은 복지 정보 접근성이 낮은 독거노인이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다고 분석한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초연금 등 생계 지원 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고령층이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65세 이상 독거노인은 2021년 176만9260명에서 지난해 219만6738명으로 24.2% 늘었다. 최성재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이는 노인을 관리하기 위해 경찰, 동 행정복지센터 등 여러 행정기관 간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유진/김다빈 기자 magiclam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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